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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해직5

‘분단’과 ‘통일’을 화두 삼은 진보 역사학자 강만길 교수 별세 진보 역사학자 강만길(1933 ~ 2023. 6. 23.) 고려대 명예교수 진보 역사학자로 ‘분단’과 ‘통일’을 화두 삼았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23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 나는 1980년대 후반 해직 시절에 역저 와 (1984)를 읽으면서 선생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선생의 강연을 통해 ‘역사로 성찰한 통일의 의미’를 어렴풋하게 깨달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선생은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제의 식민사학의 정체성론을 극복하고자 애썼는데, 조선 후기 상업자본이 싹트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1973)을 썼다. 그는 조선 후기 관영 수공업장에서 독립 생산자가 형성되고 노동력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음을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나는 에서 그러한 자본의 기초적 발전이 사설시조 등 조선 .. 2023. 6. 25.
서울시 교육청의 ‘교사 부당 징계’에 부쳐 서울시 교육청의 일제고사 관련 교사 7명 부당 중징계 서울에서 일곱 분의 교사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을 마치 먼 나라 일처럼 들었다. 파면 3명, 해임 4명. 1989년의 이른바 ‘교사 대학살’ 이후 19년 만의 집단 징계다. 그것은 19년이란 시간 속에 포함된 ‘역사’와 ‘민주주의’, ‘개혁과 진보’ 따위의 개념을 깡그리 짓밟아 버리는 만행이다. 끓어오르는 분노는 차라리 허탈하다. 상식을 간단히 뒤집어 버리는 이런 소식은 이미 식상할 정도인데다가 이 분노가 무력한 분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걸 절감하는 까닭이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계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교사들이 교단에서 배제되는 이 야만의 시간 앞에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징계의 부당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198.. 2021. 12. 15.
명퇴 ‘불발’ 전말기 별러서 낸 ‘명퇴’ 신청, 불발되다 지난해 하반기에 나는 경상북도 교육감에게 2015년 2월 28일 자로 교단을 떠나겠다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우리 학교에서 명퇴를 신청한 이는 모두 다섯. 한 분은 선배였고, 또 한 분은 동갑내기 여교사, 그리고는 3~7년쯤의 후배 교사였다. 명퇴 불발은 ‘잃어버린 5년 탓’ 정년이 1년 남은 선배 교사나 동갑내기 여교사는 굳이 비교할 수 없다. 정해진 과정을 순조롭게 거치기만 해도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데다가 33개월 만기로 군 복무를 마친 나보단 경력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년에서 7년 정도 연하의 후배 교사들이 나보다 경력과 호봉이 앞서는 걸 보면 좀 기분이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1989년 9월부터 1994년 2월까지 내가 교단.. 2021. 2. 4.
잘 가게, 친구 친구 고 장성녕 선생을 기리며 장성녕이 죽었다. 지난 10일 아침에 나는 그의 부인으로부터 그 비보를 전해 들었다. 재수술했는데…,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는 그녀의 목소리는 뜻밖에 담담했다. 느닷없는 소식에 나는 반쯤 얼이 빠졌고 전화기를 놓고서 잠깐 허둥댔다. 죽음에 대한 전언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그것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그만큼의 사실적 무게로 사람들의 일상을 헝클어놓는다. 나는 그의 부음을 알리기 위해 몇 군데 전화를 건 다음, 이 죽음의 ‘비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가 숨진 병원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었다. 아, 그분요, 12일 출상입니다. 직원의 대답은 건조하고 ‘현실적’이었다. 그에게 이른바 ‘풍’이 온 건 몇 해 전이다. 입원 치료 후에 그는 반년간 휴직을 했고, 완전하지는 .. 2019. 3. 2.
31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납니다 학교를 떠나며 ① 오는 2월 마지막 날짜로 저는 지난 31년의 교단생활을 마감하게 됩니다. 어떤 형식의 끝이든 감회가 없을 수 없지요. 지난해 세밑에 쓴 기사(서른넷 풋내기였던 나, 학교에서 잘리다)에 저는 떠나기 전에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 머물 날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저는 여전히 궁싯거리고만 있습니다. 정리하고 마무리하자고 자신에게 되뇌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지요.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마무리해야 하는지가 다만 어지러울 뿐입니다. 31년(1984.3.1.~2016.2.28.)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셈법입니다. 1989년 9월부터 1994년 2월까지의 공백, 4년 반은 기실 우리에겐 ‘잃어버린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2019.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