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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함형수2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함형수 시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쯤에 처음 만난 시로 기억된다. 시보다는 시와 관련된 몽환적 분위기에 압도되던 시절이었다. 그때를 회고한 글에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비로소 애매하게나마 나는 ‘문학’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입학과 동시에 들어간 문학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나는 처음으로 일반적인 의미에서 ‘자아’를 의식하기 시작했고, 이어진 소설에만 치우친 책 읽기와 끊임없이 ‘자아와 세계와의 불화’를 주제로 한 시건방진 글쓰기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는 거짓 만족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무렵, 동아리의 친구들에게 거의 ‘바이블’로 여겨졌던 소설이 이동하의 장편, 이었다. 삼성문고로 출간(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그 책의 정가는 160원이다, .. 2020. 7. 11.
5월, 보리와 보리밭 보리와 보리밭 이야기 요즘은 보리밭 보기도 쉽지 않다. 어저께 처가에 들렀다가 장모님의 비닐하우스 앞에서 정말 드물게 보리밭을 만났다. 주변은 참외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 천진데 웬일로 보리를 심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일찌감치 팬 보리는 시방 씩씩하게 여물어가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늘 그렇듯 그 결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짙푸르게 불타고 있는 보리밭을 바라보는 마음은 좀 각별하다. 짙은 초록빛은 인간의 마음에 희망과 너그러움을 환기해 주는 듯하다. 들에는 ‘보리밭’ 대신 참외 ‘비닐하우스’ 보리밭을 마주하며 느끼는 기쁨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무덤 주위에 노란 해바라기를 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시 ‘해바라기의 비명’)고 노래한 함형.. 2019.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