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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한미 FTA4

활동가 ‘고 이상윤’을 보내며 1961~2007.12.10 한 활동가가 죽었다. 불의의 사고다. 지난 10일 자정께 지인들과 술자리를 마친 귀갓길, 그는 횡단 보도를 건너고 있었고 한 음주 운전자가 그를 덮친 것이다. 내가 그의 죽음을 안 것은 이튿날 오후, 내가 고입 논술시험 채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소식을 전해주던 동료 하나는 이틀 전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내 안부를 물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채점을 마치고 바로 의료원에 들렀다. 이미 지역의 지인들과 활동가들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그들 중 하나에게서 그를 치고 달아난 사고 운전자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막역하게 마음을 나누어 온 사이가 아닌 한, 타인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식장을 짓누르고 있는 슬픔과 숨죽인 비탄 사이에.. 2020. 12. 14.
‘빼빼로 데이’? ‘농업인’과 ‘지체장애인의 날’!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보다 ‘가래떡의 날’ 칼럼 ‘[유레카] 빼빼로 데이(정영무)’를 읽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건네준 길쭉한 막대기 모양의 과자 한두 개를 씹으며 우리 시대의 씁쓸한 풍속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내일을 보낼 뻔했다. 천 년에 한 번 온다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고 요란을 떨어대지만, 기실 내일은 열여섯 번째 맞는 ‘농업인의 날’이고 ‘지체장애인의 날’ 열한 돌이기 때문이다. 워낙 유행과 추세를 받아들이는 데는 정평이 난 사회이긴 하지만, 무슨 날에다 의미를 붙여서 이를 기념하는 날은 좀 유난스럽다. ‘밸런타인데이’가 그렇고 ‘화이트데이’가 그렇다. 정작 어른들은 그 의미도 제대로 새기지 못하는데 청소년들은 그걸 스스럼없이 자기 삶의 일부로, ‘관계’와 ‘우의’를 확인하는 장치로 받.. 2020. 11. 10.
천년 고탑(古塔)에 서린 세월과 역사를 되짚다 [안동 탑 이야기 ④] 예천지역의 석탑 기행 [안동의 탑 이야기 ①]저 혼자 서 있는 탑들 [안동의 탑 이야기 ②]소멸의 시간을 건넌 돌탑들 [안동의 탑 이야기 ③]‘국보 맞아?’ 잊히고 있는 우리 돌탑들 주변에 아주 바지런한 후배 교사가 있다. 수학을 가르치는 이 김 선생은 인터넷 아이디를 전공과는 한참 거리가 먼 ‘탑도리’로 쓴다. 짐작했겠지만 그는 탑에 관한 공부가 깊어 그 내공이 이미 수준급이다. 내가 탑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은 유홍준의 ‘답사기’를 읽고, 해 질 녘의 ‘감은사탑’을 마음속에 담아 두면서부터지만, 탑에 대해 두어 마디라도 지껄일 수 있게 된 것은 두어 번 그와 함께한 ‘탑 기행’ 덕분이다. 그는 탑의 구조에서부터 역사, 시대별 양식과 특징 등을 뚜르르 꿰는 사람이지만, 나는 여.. 2019. 10. 1.
상주 공검지(恭儉池), 그 논 습지의 연꽃 삼한 시대에 축조되었다는 저수지 상주 ‘공갈못’ 상주 공검지(恭儉池)를 다녀온 건 지난 13일, 8월의 마지막 연휴였다. 그리고 두 주가 훌쩍 흘렀다. 무더위 속에 바다나 산이 아니라 굳이 내륙으로 들어간 것은 공검지의 연꽃을 보고 싶어서였다. 지역 텔레비전 방송의 배경 화면에서 만난 거대한 연꽃 단지에 나는 단번에 꽂혔는데 그게 공검지였다. 삼한 시대의 저수지 ‘상주 공검지’ 안동에서 상주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렸다. 가는 길에 예천군 용궁면의 산택지(山澤池) 연꽃공원에도 들렀다. 약 4천 평 부지에 자생 연꽃이 피는 연못 산택지는 말하자면 이번 외출의 덤이었다. 사진 찍기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연못 안에 세운 팔각정과 거기 이어진 나무다리 따위의 인공 시설물이 ‘옥에 티’였다. 공검지가 있는 상주시.. 2019.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