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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학교3

학교가 졸고 있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정규수업 17시간, ‘보충수업’ 8시간. 매주 내가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수업 시수다. 언제부턴가 거기 ‘방과 후 학습’이란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엎치나 메치나’ 그건 ‘보충수업’일 뿐이다. 정규수업이 끝난 7, 8교시에 이루어지는 수업은 ‘방과 후 학습’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정규수업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지는 이른바 ‘0교시’는 ‘일과 전 수업’이니 말이다. 방학이 돼도 이 보충수업 전선에는 이상이 없다. 금요일 방학식을 했지만, 고작 주말을 쉬고 난 월요일부터 시작된 보충수업은 개학을 꼭 5일 앞두고 끝난다. 결국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충수업을 맡아야 하는 교사들에게도 ‘방학’은 ‘꽝’인 것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에는 여.. 2021. 7. 24.
‘내복과 담요’, 학교의 겨울나기 추운 학교, 내복과 담요로 겨울나기 드디어 ‘내복’을 입다 어제 수능 감독을 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내복’을 입었다. 감독은 피하고 싶었지만 3학년 담임 빼고 수험생 학부모 빼고 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 원한 대로 복도감독에 선정되었다. 2개 층에 세 명의 교사가 배치되어 각 고사장에 연락하거나 결시생을 파악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 자리다. 난방이 되는 고사장에 직접 들어가는 감독관이면 굳이 방한을 준비할 일은 없다. 그러나 내가 근무할 장소는 정작 볕이 나는 바깥보다 더 추운 복도다. 지난해에 편하다고 복도감독을 했다가 추위에 당한 동료 하나는 아예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짧으면 80분, 길면 126분 동안이나 꼼짝없이 수험생들을 지켜봐야 하는 감독관보다 못하랴. 나는 아.. 2020. 11. 17.
시골 화가의 ‘드로잉’으로 세상 바라보기 [전시회] 박용진 드로잉전,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에서 오래된 벗 박용진이 전시회 소식을 전해 온 것은 가족 여행 출발 전이었다. 상주시 외곽에 후배 미술 교사가 연 카페에서 ‘드로잉(소묘)전’을 연다고 했다. 그는 나보다 반년 앞서 퇴직했고, 예천을 떠나 상주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었다. 전시회 여는 날이 여행 일정 중이어서 나는 여행을 다녀와서 보자고 말했다. 내가 박용진을 처음 만난 것은 스무 살 무렵이다. 그림 그리는 고교 동기를 통해서였는데 통성명을 하고 동갑내기여서 말을 텄을 뿐 특별한 교유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다시 그를 만난 것은 서른아홉, 해직 5년여 만에 복직하면서였다. 20년 만의 해후, 그의 판화 ‘실직의 하루’ 나는 신규 특채로 경북 북부 예천군의 한 공립중학교로 발.. 2019.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