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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피동 접미사2

'보여지다'는 없다, 모두 '보이다'로 쓰자 [이중피동 오류] 스포츠 중계와 시사 유튜브 채널에서 여전하다 “휘영청 달이 떠오르는 밤, 진남문이 가진 기억이 달빛을 받아 보여지다!” 지난해 칠곡문화관광재단이 칠곡 가산산성 진남문 일원에서 개최한 행사 ‘2023 가산산성 야행’(6.9.~6.11.)의 구호(슬로건)다. 다행히 포스터에 쓰인 글귀는 아니지만, ‘보여지다’를 보면서 입맛이 썼다. ‘보다’의 피동사는 피동 접미사 ‘이’를 쓴 ‘보이다’다. 그런데 ‘보이다’ 대신 연결어미 ‘-어’에 피동의 뜻을 지난 보조동사 ‘지다’를 붙인 형태인 ‘보여지다’를 쓴 것이다. 피동사를 만들면서 ‘피동 접미사’(이, 히, 리, 기)에다 ‘-어지다’를 붙이는 이른바 ‘이중피동’은 우리 언어생활에서 자주 지적되는 오류다. [관련 글 : ‘잊혀진 계절’은 없다] 이.. 2024. 4. 12.
‘잊혀진 계절’은 없다 ‘잊혀진 계절’은 가수 이용의 히트곡이다. 1984년께 내 초임 시절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노래였다. ‘시월의 마지막 밤’과 그 이별을 노래한 노랫말은 다분히 신파조였다. 그러나 전체 분위기에 힘입어 이 노래는 제법 쓸쓸한 정서를 자아내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노래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사실 제목에서 ‘잊혀진’은 어법에 어긋난다. ‘잊힌’이라 써야 할 데에 ‘잊혀진’이라 쓰는 경향은 문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 여류화가였던 마리 로랑생의 시 ‘갑갑한 여자보다……’의 번역에도 “죽은 여자보다도 / 한층 더 가엾은 것은 / 잊혀진 여자이어요.”라며 같은 표현이 쓰였으니 말이다. ‘잊혀진’이 어법에 어긋나는 까닭은 그게 이중의 ‘피동 표현’이기 때문이다. ‘피동’이란 주어가 다른 주.. 2019.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