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표현1 ‘쉬운 글’과 ‘풍부한 표현’ 사이 ‘쉬운 글’이라고 해서 ‘풍부한 표현’을 배제하는 건 아니다 이른바 ‘나가수’ 선풍이 우리 시대의 말법을 바꾸어 놓았다. 직업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야 할 자리에는 어김없이 ‘나는 ○○다’가 쓰이니 말이다. 그것은 일상 속에서 잊혀 가는 ‘실존’을 대중 앞에서 더불어 확인하는 ‘정체성(아이덴티티: identity)의 통과 의례’ 같은 것은 아닐는지. “나는 국어 교사다.” 나는 그런 식의 자기 확인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신이 국어 교사라는 사실을 강하게 의식하며 살아왔다. 블로그를 비롯한 몇몇 지면에 실을 글을 쓰거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나는 자신의 직업과 그것이 규정하는 어떤 ‘멍에’를 늘 의식하곤 했다. 소일거리로 쓰는 편한 글도 퇴고를 거듭하고, 미심쩍은 낱말은 몇 군데 사.. 2020. 3.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