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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표준어4

이제,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이제,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나는 우리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시인 안도현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짜장면”의 후기에 쓴 글이다. 그렇다.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그런데 이 재미없는 동어반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짜장면의 표준어가 ‘자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자장면’은 일부 아나운서들이 방송에서나 쓰던 말로 정작 다수 언중(言衆)과는 인연이 없는 죽은 낱말이었다. 그런데 그 짜장면이 다시 표준말의 지위를 얻었다.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이 국민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짜장면, 먹거리’ 등 39개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stdwe.. 2021. 8. 31.
‘아퀴’와 ‘매조지다’ - 정겨운 우리말 ② ‘입말’과 ‘글말’ 더는 입말[구어(口語)]과 글말[문어(文語)]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학교에서는 ‘언문일치’라고 가르친다. 이른바 언문일치 시대가 열린 것은 개화기를 지나면서였다. 원래 ‘언문일치’란 ‘우리말을 한문 문장이 아닌 국문체 문장으로 적고자 하는 개념’이었다. 곧 문장을 구어체로 적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어체와 문어체가 일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성격으로 달리하는 문체이기 때문이다. 문어체는 문어체답고, 구어체는 구어체다운 면모를 갖추는 게 이상이지, 그 둘이 아무 차별성 없이 일치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닌 까닭이다. 음성언어로 구현되는 구어와 문자로 기록되는 문자언어인 문어의 차이는 적지 않겠으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구어가 날것이라면 .. 2021. 4. 25.
‘모래사장’과 ‘선취 득점을 올리다’ 우리말의 ‘겹말’ 생각 프로야구 경기 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진행자가 쓰는 말에 머리를 갸웃할 때가 더러 있다. 흔히 캐스터(caster)로 불리는 이들 전담 아나운서들은 시청자들에게 경기 진행 상황을 중계하면서 그 흐름과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는 등의 구실을 한다. 그런데 어느 한 팀이 먼저 점수를 낸 상황을 전하는 이들의 해설은 어느 채널이든 비슷하다. “○○이 ‘선취점’을 올립니다.” “○○이 ‘선취득점’을 하는군요.” “○○이 ‘선취득점’을 올립니다.” 겹말, 되는 말과 되지 않는 말 ‘선취점’은 “운동 경기 따위에서, 먼저 딴 점수”다.() 관용구로 ‘선취점을 올리다’가 주로 쓰인다. 그러나 ‘선취(先取)’의 ‘취’가 이미 ‘취하다(따다)’의 뜻이니 뒤에 쓴 ‘득(得, 얻음)’이든, ‘올림’이든 불.. 2020. 7. 26.
썩은 소나무 그루터기, ‘고두배기’를 아십니까? 경상도 방언 ‘고두배기’의 표준어는 ‘고주박이’ 아직 봄이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삼월이 코앞이다. 지난겨울은 길고 추웠던 까닭에 자연 산행을 나서는 날이 줄었었다. 줄기만 한 게 아니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나면 넓적다리관절(고관절) 쪽에 통증이 있곤 하여 어느 날부턴가 산행 대신 이웃 가맛골[부곡(釜谷)]까지 평지를 걷고 있다. 그러다가 새로 발견한 산길이 이웃한 중학교 뒷산을 올라 가맛골까지 벋은 밋밋한 숲길이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10여 분만 오르면 산등성이에 이르고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산길이 죽 이어지는 맞춤한 길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것은 청미래덩굴의 열매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인지 가맛골 뒤 저수지 근처의 잡목숲에는 청미래덩굴 군락이 빨갛게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그 길을 지.. 2020.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