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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평등4

9월, 한가위 ‘달빛도 평등하게’ 9월엔 가을 절기, 백로(8일)와 추분(23일)이 들어 있다. 백로(白露)는 말 그대로 ‘흰 이슬’이다.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處暑) 다음 절기인 백로엔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등, 가을 기운이 뚜렷해진다. 이 무렵은 고된 여름 농사를 얼추 마치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여서 근친(覲親)을 가기도 한다. 시집간 딸이 시부모로부터 말미를 얻어 친정에 가서 어버이를 뵙는 근친은 봉건시대엔 명절, 부모의 생신, 제일(祭日)에만 허락되는 일이었다. 친정 어버이를 만나 뵙고 안부를 여쭙는 일로 가슴을 끓였을 며느리들에게 근친은 얼마나 가슴 벅찬 여정이었을까. ‘근친 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라는 속담에는 며느리들의 눈물과 한숨이 흥건할 듯하다. 친가보다 처가 쪽과 내왕이 더 많.. 2022. 8. 31.
‘당선자(者)’와 ‘당선인(人)’, 혹은 ‘무례’와 ‘예의’ 사이 대통령 선거 당선 후보는 ‘당선자(者)’인가, ‘당선인(人)인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한 이를 우리 언론에서는 ‘당선인’이라 부른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기타 선출직 선거에서 승리한 이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호칭은 ‘당선자’인데도 대통령선거 당선자만 ‘당선인’으로 부른다. 언론 가운데선 만이 ‘당선자’라고 불러 다른 선출직의 호칭과 같이 쓰는 게 예외일 뿐이다. 주무 부서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국립국어원도 두 용어를 섞어 써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러나 ‘당선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언론이 권력을 부여한 언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관련 기사 : 윤석열 ‘당선자’인가, ‘당선인’인가] ‘놈 자(者)’ 자 쓴 ‘당선자’ 대신 ‘당선인’ 원한 이명박 인수위 무.. 2022. 4. 12.
퇴출?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한다고? 국가보훈처가 새 ‘오월의 노래’를 제정한다고 나부대다가(!)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게 지난해 12월 초순쯤이다. 당시 보도를 보고 나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담긴 건 피로 얼룩진 역사와 진실이다”라는 글을 썼다.(☞ 글 바로 가기) 보훈처가 들끓는 여론 앞에 무릎을 꿇고 ‘생뚱맞은 계획’을 철회한 것은 잘 아시는 바와 같다. 5·18 민중항쟁 서른 돌을 앞두고 보훈처가 다시 슬그머니 5·18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하려 는 모양이다. 보도(☞ 기사 바로 가기)에 따르면 오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공식행사에서는 빠지고 대신 식전행사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행사에서.. 2020. 5. 17.
[한글 이야기] 권위의 언어, 평등의 언어 자신을 객관화하는 호칭 생각 남 앞에 자신을 이를 때 우리는 대명사 ‘나’ 또는 ‘저’를 쓴다. ‘저’는 윗사람 앞에서 쓰는 낮춤 표현이고 ‘나’는 그 밖의 경우에 쓴다.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지위를 대신 쓸 수도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을 ‘아빠, 엄마’라 지칭하는 게 그것이다. 부모가 자녀 앞에서 자신을 ‘엄마(어머니), 아빠(아버지)’로 이르는 경우는 비교적 자연스럽다. 어린 자녀에게 그것은 서로의 관계를 강조하는 가르침이고 동시에 본인에게는 보호자의 책임을 확인하는 호칭인 까닭이다. 학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아마 이는 학교 사회에는 일종의 문화로 정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것을 보면 아마 교단에 처음 .. 2019.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