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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퇴임4

시월 유감 퇴임 이후를 생각한다 시월,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한가위를 쇠고 나자 갑자기 갈피를 잃어버린 기분이 되었다. 예전처럼 고향 갈 일이 없어 명절은 단출하게 보냈다. 연휴 중에 몸이 성치 않아서 한나절쯤 고생을 했다. 좀처럼 앓아눕는 일이 없는 편인데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질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연휴 끝나고 돌아온 학교, 3학년은 그예 모든 진도와 강의를 끝내고, 마무리 학습으로 들어갔다. 하루 아홉 시간, 모든 통제로부터 풀린 혼곤한 자유 앞에서 외려 아이들은 지치고 겉늙어 보인다. 끊임없이 자거나 멍해진 눈길로 습관적으로 교재에 머리를 파묻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세상이 참 모질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퇴임 ‘이후’ 생각 지난 월요일부터 3학년은 마지막 기말, 1·2학년은 중간시험을.. 2021. 10. 7.
‘퇴직’의 길목에서 퇴직, 몸이 채근하기도 한다 올 2월에 수학 교사 한 분이 정년이 되어 학교를 떠났다. 마주 보고 있어서 간간이 이야기도 나누곤 하는 사이였다. 수학에는 나름 일가를 이룬 분이라고 알려졌지만 짬이 날 때마다 문제 풀이에 골몰하던 분이었다. 학교장이 고등학교와 대학 동기여서 승진파와 이른바 ‘교포(교감 포기)’의 살아 있는 보기가 아니었나 싶다. 멈춰진 ‘퇴임 시계’ 술과 담배를 꾸준히 하면서도 금오산을 쉬지 않고 오를 수 있는 노익장이었다. 그분은 퇴임하면서 어떤 행사도 마다하고 친목회에서 마련한 회식에서 꽃다발 하나 받고, 마지막 인사말도 기어코 사양하고 떠났다.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 있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을 채우고 떠났지만, 그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다는 말이다... 2021. 7. 16.
고백 - 회고 혹은 참회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며칠 전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를 만났다. 40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문학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다. 열일곱에 만났는데 그새 40년이 훌쩍 지나갔다. 한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다가 10여 년 전에 퇴직한 이래 여러 곡절을 겪은 친구다. 대전 시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지난 17년간의 안부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조만간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더니 블로그를 통해 내 교단생활을 짐작하고 있는 그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글쎄, 역시 그걸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서른 해 가까이 켜켜이 쌓인 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이들의 변화, 에멜무지로 시행되는 교육정책, 나날이 심화하는 입시경쟁, 그 가운데서 나날이 황폐해져 가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어찌 몇 마디 말로 드.. 2019. 9. 9.
30년, 제자들과 함께 늙어가기 30년째 교유를 잇고 있는 제자들과 함께 늙어가기 지난해 2월 25일, 동료 교사들이 마련해 준 ‘퇴임 모임’에 인근에 사는 제자들 여덟 명이 함께 해 주었다. 모임을 끝내고 난 뒤에도 우리는 자리를 옮겨 얼마간 시간을 더 나누고 헤어졌었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나갔다. [관련 글 : 걸어온 길, 걸어갈 길] 1988년, 두 번째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이었다. 함께 문학동아리를 만들어 교외 시화전을 치르고, 문집을 펴내면서 인연을 맺었다. 거기서 이태를 채우지 못하고 해직되었는데, 지금까지 우리는 교유를 이어오고 있다. 좀 쓸쓸하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우리를 더 묶었는지도 모른다. [관련 글 : 좋은 이웃, 혹은 제자들(1)], [교사의 ‘격려’와 ‘질책’ 사이] 함께한 세월, 29년 해직 5년.. 2019.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