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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퇴계 이황5

[세계유산-한국의 사원] ⑤ 도산서원, 퇴계의 위상과 명성을 상징하는 공간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도산서원(陶山書院) 경북 안동은 두말할 것 없이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의 고장이다. 이 고장이 이른바 영남 유림의 본거지가 된 건 퇴계와 그의 학문, 그의 문하들이 이룩한 성리학적 성취에 말미암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5백여 년이 지나서도 굳건한 그의 위상과 명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도산서원(陶山書院)이 있다. 퇴계 생전의 도산서당, 사후 ‘서원’으로 이어지다 퇴계는 을사사화(1545) 이듬해 1546년(명종 1)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한 뒤 토계에은둔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물러날 ‘퇴’, 시냇물 ‘계’, ‘퇴계(退溪)’라는 호를 쓰게 된 게 이때부터다. 전국에서 제자들이 모여들자 1551년(명종 6)에는 계상서당을 지어 본격적으로 제자들 가르쳤고 이.. 2023. 3. 25.
‘핑크 데이’와 퇴계의 ‘도포 구멍’ 약자에 대한 배려 ‘핑크 데이’와 스승에 대한 존숭 ‘도포 구멍’ 캐나다의 ‘핑크 데이’ 오늘 자 의 ‘트위터 브리핑’ 난에 오른 ‘이 주의 리트윗’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내용은 캐나다에 있다는 ‘핑크 데이’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 남학생이 핑크빛 옷을 입고 등교하였다가 ‘게이’라는 놀림을 받게 되자 자살한다. 이 사건 뒤에 죽은 아이를 기리고 따돌림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모든 남녀 초등학생들이 핑크빛 옷을 입고 등교하는 ‘핑크 데이’가 제정되었다는 건데 마지막 언급의 울림이 예사롭지 않다. “대응 방식으로 이들은 개인을 탓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공유하도록 한다.” ‘핑크 데이’?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인터넷에도 여러 번 검색해 보았는데 비슷한 내용도 눈에 띄지 않는다. 캐.. 2020. 10. 23.
군자정은 ‘그의 삶’과 함께 기억된다 [안동의 정자 기행 ②] 안동시 법흥동 임청각 군자정 군자정(君子亭)은 임청각(臨淸閣)의 정침(正寢, 거처하는 곳이 아니라 주로 일을 보는 곳, 제사를 지내는 몸채의 방)이다. 임청각은 상해 임시정부 초대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로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규모가 큰 살림집이다. 군자정을 세운 이는 석주의 17대조인 이명(李洺)이다. 그러나 안동에서 임청각은 석주의 생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에서 석주의 무게가 그만큼 큰 탓이다. 이 고택에서 석주를 비롯해 무려 아홉 분의 독립운동가가 태어난 것이다. [관련 기사 : “공맹은 나라 되찾은 뒤 읽어도 늦지 않다”] 임청각은 안동시 법흥동에 있다. 원래는 모두 99칸 집이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집 앞으로 중앙선 철길이 나면서 5.. 2019. 9. 28.
고산정, 푸른 절벽을 끼고 깊은 못을 굽어보다 [정자를 찾아서 ] ①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고산정(孤山亭)’ 안동의 정자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물론 풍광 좋은 산기슭과 호젓한 내 곁에 세워진 정자들은 양반들의 ‘부르주아(bourgeois)’로서의 삶의 한 표지다. 고단한 삶을 부지하기에 힘겨워 자신들의 삶의 흔적을 거의 남기지 못했던 피지배 민중들에 비기면 그들은 자취는 도처에 흩어져 있다. 그게 어찌 안동 지방에 그치겠는가. 그러나 유독 안동 지역에는 그런 누정(樓亭)이 많다. 지역의 명승과 유적을 더듬다 만났던 를 다시 찾아본다. 어차피 거기 고인 것은 박제된 시간의 흔적일 뿐이다. 누정은 남았지만, 이른바 ‘누정 문화’는 이미 사라졌으니 말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한갓진 회고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한때는 지역 문벌의 위세와 시인묵객들의 음.. 2019. 9. 25.
‘저 아름다운 한 사람’을 더욱 잊지 못하네 [안동 시가 기행 ③] 퇴계 이황과 퇴계의 그늘은 넓고도 크다 안동은 퇴계의 고장이다. 이 16세기의 대 성리학자는 무려 4세기가 지났어도 여전히 안동에 살아 숨 쉬는 인물이다. 퇴계를 떠나 안동의 유림과 학문, 전통과 역사를 말할 수 없다. 내로라하는 안동의 명문거족들이 모두 퇴계의 문하로 또는 영남학파로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서애 류성룡(풍천 류씨)을 비롯 학봉 김성일(의성 김씨), 송암 권호문(안동 권씨)이 퇴계의 문하였고, 퇴계의 학맥은 장흥효(안동 장씨), 이휘일(재령 이씨), 이상정(한산 이씨) 등으로 이어졌으니 이들은 모두 안동과 인근 고을의 명문가들인 것이다. 십수 년 전에 안동 인근에 살게 되면서 나는 왜 안동이 이육사 시인을 기리지 않는가를 의아해했다. 안동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까.. 2019.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