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텃밭10

[2023 텃밭 농사] ⑬ 올해는 ‘호박 농사’ 조짐이 좋다 한 포기 심은 호박, 열 몫을 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4일, 닷새 만에 다시 텃밭을 찾았다. 요즘은 비가 잦아서 오래 텃밭을 찾지 않으면 오이와 가지, 호박을 딸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 자연 마음이 바빠지게 된다. 지난해엔 딸 시기를 놓쳐서 버린 호박이 적잖았다. 어차피 늙은 호박으로 길러서 쓸 일은 없어서, 애호박 시기를 넘겨서 웃자란 호박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마늘, 건조를 마치고 먼저 창고 기둥에 가로지른 쇠 파이프에다 걸어둔 마늘을 벗겼다. 양도 얼마 안 되고, 그리 씨알이 굵지도 않지만, 쇠를 채운다고는 해도 빈집에 놔두는 게 탐탁지 않았다. “요새 농촌도 도둑님 많으니 조심”하라는 의성 친구의 충고도 유념한 것이다. .. 2023. 6. 28.
텃밭을 걷으며 버려진 밭에서 자란 마지막 열매를 거두다 텃밭 이야기를 한 게 지난 7월 초순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간신히 밭을 가꾸어 가면서도 그 손바닥만 한 텃밭이 우리에게 주는 게 어찌 고추나 가지 열매에 그치겠냐고 방정깨나 떨었다. 그게 빌미가 되었던가 보았다.[관련 글 : 텃밭 농사, 그걸 기름값으로 환산할 순 없다] 날씨는 끔찍하게 더웠고, 움직이는 게 힘겹던 시기여서 잔뜩 게으름을 피우다가 보름쯤 뒤에 들렀더니 텃밭 작물들은 거의 빈사 상태였다. 고추도 가지도 바짝 말라 쪼그라들고 있었으므로 아내는 탈기를 했다. “그렇게 나 몰라라 하고 내던져 뒀는데 무슨 농사가 되겠우? 올핸 글렀으니 내년에 어째 보든지…….” 물 구경을 못 한 고추는 자라다 만데다 병충해까지 꾀었다. 익은 것과 성한 것들만 따서 거두어 .. 2021. 9. 27.
[2017 텃밭 일기 4] 탄저가 와도 ‘익을 것은 익는다’ 지난 일기에서 밝혔듯 장마 전에 찾아온 불청객, 탄저(炭疽)를 막아보겠다고 우리 내외는 꽤 가상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 내키진 않았지만 나는 아내의 성화에 식초 희석액을 여러 차례 뿌렸다. 내가 좀 뜨악해하는 눈치를 보이자 아내가 직접 분무기를 메고 약을 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관련 글 : 진딧물 가고 탄저 오다] 아내가 일이 있어 두 번쯤은 나 혼자서 텃밭을 다녀왔다. 지지난 주에 시간 반쯤 걸려 익은 고추를 따는데 탄저로 흉하게 말라 죽고 있는 고추를 보면서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두 주쯤 먼저 가꾼 묵은 밭은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여서 다음번에 들를 때는 밭을 갈아엎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탄저는 ‘자낭균류에 의해 일어나는 식물의 병’()이다. ‘탄저.. 2021. 8. 29.
[2018 텃밭 일기 3] ‘화수분’ 우리 텃밭 손바닥만 한 텃밭의 알찬 '수확', '화수분'이 따로 없다 텃밭은 ‘화수분’이다? 일찍이 본 적 없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엔간한 더위면 비교적 잘 견뎌낸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더위는 차원이 좀 다르다. 바깥 온도가 37, 8도를 오르내리니 실내 온도도 32도를 웃돌 수밖에 없다. 견디다 못해 에어컨을 켜고 마는데, 10년 전에 장만한 에어컨은 지난 9년 동안 쓴 시간의 두서너 배를 올해에 썼다. ‘불볕더위’로 고생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농작물도 죽어나는 모양이다. 벼는 병충해가 늘었고, 과수와 채소는 착과 불량과 생육 부진 등으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단다. 텃밭도 더위와 가뭄에 배배 곯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 일주일간의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아침에 득달같이 갔더니 고추와 가지는 이파리가.. 2021. 8. 9.
[2021 텃밭 농사 ①] 다시 또 텃밭 농사를 시작하다 1. 퇴비 뿌리기(3월 16일) 해마다 농사를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의논이 엇갈린다. 아내는 아내대로 왕복 1시간 이상이 걸리는 텃밭 탓을 하면서, ‘기름값 타령’을 하곤 했다. “사 먹는 게 낫지, 기름값도 안 나오는 농사” 운운하는 이 레퍼토리는 전통과 역사도 깊다. 그러나 이 푸념은 반만 진실이다. 아내가 그걸 이유로 농사를 접겠다고 결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손바닥만 한 텃밭에 불과하지만, 농사가 주는 기쁨만큼 가끔은 억지로 시간을 내어 텃밭을 돌보아야 하는 부담도 있긴 하다. 이참에 농사를 엎어버릴까 하는 유혹이 전혀 없지도 않은 텃밭 농사를 우리는 10년도 넘게 지어 오고 있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 텃밭이 남의 땅이 아니라, 장모님이 남긴 유산이기 때문이다. 한 주에 두.. 2021. 6. 25.
[2010 텃밭일기 ⑥]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는다 ‘장마’라더니 정작 비는 한 번씩 잊을 만하면 잠깐 내리다 그친다. 변죽만 울리고 있는 장마철, 오랜만에 텃밭에 들렀다. 그래도 두어 차례 내린 비는 단비였던 모양이다. 밭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새파랗게 익어가는 작물들의 활기가 아주 분명하게 느껴진다. 밭을 드나들 때마다 저절로 이웃집 고추와 우리 걸 비교해 보게 된다. 밭 어귀의 농사는 썩 실해 보인다. 이들의 고추는 키도 훤칠하니 클 뿐 아니라 대도 굵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자라서 한눈에 턱 보면 농사꾼의 ‘포스’가 느껴진다. ‘딸은 제 딸이 고와 보이고, 곡식은 남의 것이 탐스러워 보’여서 만은 아니다. 파종 시기도 빨랐고 제대로 가꾸어 준 표시가 역력한 것이다. 밭 주인이 성급하게 뿌려준 비료로 골병이 들었던 우리 고추는 거기 비기면 뭐랄까, 그간 .. 2020. 7. 11.
[2010 텃밭일기 ⑤] 첫 결실, 시간은 위대하다 고추에 지지대를 박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차일피일하다가 처가에 들른 김에 장모님과 함께 종묘사에 들러 지지대 서른 개를 샀다. 개당 300원, 9천 원을 썼다. 고추 포기마다 쳐 주지는 못하고 서너 포기 간격으로 지지대를 박아 놓고 짬이 나지 않아 며칠을 보냈다. 지지대 사이를 비닐 끈으로 이은 것은 며칠 전이다. 두둑에 심은 고추의 열이 고르지 않아서 두 겹으로 친 줄이 고춧대를 제대로 감싸지 못할 것 같다. 서툰 농사꾼은 어디서든 표가 나기 마련인 것이다. 한 포기밖에 없는 오이 위에는 장모님께 얻어 온 온상용 철근(?)을 열십자 모양으로 박고 끈으로 단단히 묶었다. 오늘 다시 며칠 만에 밭에 들렀다. 밭 어귀에서부터 펼쳐지는 초록빛 물결이 훨씬 짙고 푸르러졌다. 시간은 이처럼 위대한 것이다. 시.. 2020. 6. 24.
[2010 텃밭일기 ①] 다시 텃밭에서 새로 또 텃밭을 얻었다 새로 텃밭을 얻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쯤, 거리로 치면 1km 안팎에 있는 밭이다. 말구리재 근처의 안동공고 운동장과 이어진 이 언덕배기에 있는 밭은 일종의 주말농장이다. 그동안 주로 안동공고 교사들이 분양받아 푸성귀나 고구마를 갈아 먹었던 밭이다. 집 가까이 있는데도 나는 정작 이 주말농장을 몰랐었다. 이 농장의 존재를 알게 된 지난해, 나는 공고에 근무하는 선배 교사께 내년에는 두세 이랑쯤 텃밭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해 두었었다. 두 이랑이 맞을지 세 이랑쯤이 나을지는 나는 가늠할 수 없었다. 그 밭을 규모를 몰랐기 때문이다. 한 일주일 전쯤에 나는 선배로부터 두 이랑을 받아 놓았다, 푯말을 세워두었으니 밭에 가서 확인해 보라는 전갈을 받았다. 나는 이내 밭에.. 2020. 6. 20.
[2008] 미안하다. 내 고추, 가지야 늦은 봄에 파종하고 나서 ‘척박한 땅’이라고 천대하며 내버려 두었던 땅이다. 자연 임자들의 가꾸고 다독이는 손길은 멀어졌다. 다락같이 오른 기름값도 한몫했다. 밭에 한번 가봐야지 않으려나? 내버려둬. 자라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이지, 뭐. 내외는 번갈아 가며 타박을 했다. 하긴 제대로 줄기도 실해지기 전에 힘겹게 열매를 매단 녀석들이 안쓰럽긴 했다. 빈약한 줄기와 잎 쪽에 새까맣게 붙은 진딧물을 없애려고 농약을 사서 분무기로 뿜어준 게 한 달쯤의 전의 일이다. 고랑에 불붙듯 번지고 있는 바랭이를 뽑느라 진땀을 흘리다 만 게 한 보름쯤 되었다. 바랭이를 뽑으면서 위태롭게 달린 고추 몇 개를 따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텃밭은 서글프기만 했다. 그리고 어제, 좀 느지막하게 밭에 들렀는데 맙소사. 한발 .. 2020. 6. 19.
그, 혹은 나의 초가삼간(Ⅰ) 누구나 꿈꾸는 우리의 초가삼간 나이가 들면서 한적한 교외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건 웬만한 가장들이라면 꾸어 볼 만한 꿈일지 모른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흙’이든 ‘고향’이든 귀촌의 유혹을 겪게 되는 모양이다. 그림 같은 집이라 했지만, 시속(時俗)에 따라 그 그림은 ‘목조’나 ‘통나무’, ‘황토집’ 등으로 바뀌곤 한다. ‘그림 같은 집’의 꿈 그런 사람들이 짓고 사는 집 이야기는 해마다 이어진다. 안동 주변에도 수년 전부터 선배 동료 4~5 가족이 함께 터를 사고 목조 주택을 올려 이웃을 이루었고 가까이는 올 2월에 명퇴로 교단을 떠난 내 친구가 인근 골짜기에 누옥을 마련 중이다. 일찍이 시골에 비싸지 않은 땅을 얼마간 사고 거기 적당한 집을 올리고 사는 걸 노래.. 2019.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