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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친일인명사전8

김용제, ‘시의 칼’로 동포를 찔러 댄 시인 침략전쟁 찬양 으로 ‘ 국어문예총독상’을 받은 부역 시인 김용제 시인 김용제(金龍濟·金村龍濟, 1909~1994)의 이름도 낯설다. 그러나 임종국에 따르면 그는 “내선일체와 황도 선양” 실현을 위해 진력한, “1940년대의 문단에서 절대로 호락호락하게 넘겨 버릴 수 없는 유수한 논객이요, 시인”이었다. 그는 침략전쟁과 대동아공영권을 찬양한 일문 시집 『아세아시집(亞細亞詩集)』으로 제1회 국어총독문예상을 받은 당대에 가장 잘나가는 시인이었다. 이 수상작은 ‘일본 정신에 입각한 국어 작품일 것’, ‘민중 계발의 선전 효과가 양호할 것’이라는 국민총력조선연맹의 선정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는 시집이었다. 국어총독문예상 제2회는 평론 『전환기의 조선 문학(轉換期の朝鮮文學)』으로 평론가 최재서가, 제3회는 전기소설 .. 2022. 7. 1.
최재서, ‘천황에게 봉사하는 문학’ 완성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비평가 최재서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친일 문인 가운데 상당수는 낯설다. 까닭이야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보면 이들이 대중에게 알려진 문학 작품이 거의 없는 문인이거나 비평 중심의 문학 활동을 한 평론가(비평가)들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평론가 최재서(崔載瑞·石田耕造, 1908~1964)는, 백철(1908~1985)과 곽종원(1915~2001), 조연현(1920~1981) 등과 마찬가지로 비평 활동에 주력한 까닭에 일반 독자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문인이다. 덕분에 화려한 친일 행적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반 독자들의 관심에서 비켜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를 전후하여 중고등학교에 다닌 이라면 국어 시간에 이 평론가들이 쓴 글을 적어도 한 편씩은 배웠을 터이다.. 2022. 3. 12.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친일인명사전>을! 동네 도서관에 신청하기 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최대, 최고의 인물 사전’이다. 연구소를 설립한 지 18년, 편찬위원회를 꾸린 지 8년 만에 반역사적 수구 세력의 방해를 넘어 내놓은 이 사전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시작한 식민지 역사 청산의 첫걸음이었다. 은 발간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각종 소송으로 인한 법정 다툼과 열악한 재정난을 딛고 은 2009년 세상에 나왔다. 발간 한 해 만에 4천여 질이 판매됨으로써 ‘역사 정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애정’의 크기를 확인하기도 했다. 4,389명의 친일 인사들의 친일·반민족 행위가 기록된 은 순수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정리된 ‘친일의 역사’다. 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 5천여 명의 회원들의 후원금과 국민 성금 운동을 통해 모인 7억.. 2021. 4. 28.
‘황도(皇道) 유학’의 이명세, 그 손녀 이인호 황도 유학자 이명세와 그 손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78)가 의 이사장으로 내정되면서 그의 조부의 친일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인이라면 웬만한 정보는 얼음같이 드러나는 세상이다. 지명도가 높은 문인이나 관료 출신이 아니면서도 그의 조부의 신상명세가 드러나게 된 데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아래 ) 덕분이다. 이사장 이인호, 그의 조부 이명세 에 이명세(李明世/春山明世, 1893~1972)는 ‘유림(儒林)’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세는 경학원(經學院) 사성(司成)과 조선유도연합회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경학원과 조선유도연합회는 일제의 총독부 식민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교육기관(경학원)이거나 친일 유림조직이다. 비단 불교나 천주교·개신교만이 아니라 전통 종교윤리라 .. 2020. 3. 4.
조선인 최초의 경찰서장 윤종화와 그 후예들 조선인 최초 경찰서장 윤종화와 그 후예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 매국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산다.” 이는 우리 근대사의 상처를 환기해 주는,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속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이 해묵은 상처를 헤집는 현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의 대부분은 그 연원을 거슬러 오르면 친일 부역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정치인들 가운데서도 친일파 출신의 선친이나 조부 덕분에 논란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가까이는 2015년, 선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평전을 냈다가 해묵은 친일 논란에 휩싸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현 바른정당)가 있다. 기득권층의 연원, 친일 부역의 역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밝힌 김.. 2019. 3. 15.
“친일파는 죽어서도 이런 풍경을 누리는구나” [친일문학 기행] 이무영 문학비, 채만식·서정주·이원수 문학관을 찾아 블로그에 ‘친일문학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관련 글 : 친일문학 이야기) 일반에 널리 알려진 문인 중심으로 이광수부터 최정희까지 19명을 이태에 걸쳐 다루고 한동안 쉬었다. 2016년 여름에 한국문인협회가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을 때 다시 글을 이어갔다. (관련 글 : 춘원과 육당의 문학상 제정? 뜬금없고 생뚱맞다) 이듬해,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에도 ‘기억 투쟁’이 필요하다”는 글을 쓴 것은 한 출판사가 2016년 12월에 이 두 사람을 기리는 상을 제정하여 시상까지 한 게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한쪽에선 식민지 역사 청산을 부르짖는데 다른 한편에선 역사적.. 2018. 12. 19.
‘친일문학’ 이야기 - 글머리에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문학’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갈증 중등학교에서 서른 해 가까이 문학을 가르쳐 왔지만 정작 ‘친일 문학’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늘 판박이 식의 지식 전수에 급급하다 보니 그랬지만 기실 스스로 친일 문학에 대한 이해가 얕았던 게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친일 문학에 관해서는 널리 알려진 서정주의 정도로 얼버무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춘원 이광수의 경우는 그나마 창씨개명에 앞장섰고 학병지원을 권유하는 등 따위로 알려진 게 있어서 대충 주워섬기면 되었지만 막상 누가 친일문인이고 누가 아닌지를 꼽다 보면 이내 이야기가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간마다.. 2018. 12. 19.
이무영, ‘조선예술상 총독상’을 수상한 농촌소설가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 교사가 추적한 친일 문인의 민낯] 배경은 중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이 일어나 일본이 홍콩을 점령할 때까지다. ‘청기와집’이라 불리는 양반 권씨 집안이 있다. 이 집안이 식민지 ‘조선’을 상징한다면 이 집안의 3대는 각각 그 시대의 사상을 상징하는 존재다. 가장인 권 대감은 ‘지나(支那)에 대한 사대주의’를, 아들 수봉은 ‘영미 제일주의’, 손자 인철은 ‘일본’으로 상징되는 신사상을 대변한다. 소설의 대단원에서 조부는 세상을 떠나고 수봉은 마음을 바꾸어 조선신궁을 참배하게 되며, ‘젊은 일본’을 상징하는 손자 인철은 꿋꿋하게 개간사업에 몰두하게 된다. 작가 이무영이 쓴 친일 장편 소설 ‘청.. 2018.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