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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치매3

사모곡(思母曲), 기다림은 마음으로 유전한다 어머니 생각, 기다림은 유전하는가 며칠 전부터 황석영의 장편소설 을 읽기 시작했다. 9월 말께에 샀으니 한 달이 훨씬 넘었다. 편하게 누워서 책을 폈는데, 맨 앞은 작가의 헌사(獻辭)다.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 청년기를 힘들게 보냈던 작가의 헌사를 읽다 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던 작가의 어머니를 생각하다 나는 6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렸고, 그예 눈물을 찔끔거리고 말았다. 고작 여섯 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도 어머니가 가신 지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게 공연히 서러웠다. 돌아가신 후 아들 녀석이 쓰다가 지금은 내 서재로 쓰는 문간방 앞에 기대어 서서 현관에 들어서는 나를 반가.. 2021. 11. 6.
‘노화’가 슬슬 두려워지는가 몸으로 느끼는 ‘노화’, 그리고 드라마 텔레비전 드라마를 ‘안 본 지 꽤 되었다’라고 쓰다가 헤아려보니 반드시 그런 게 아니다. 이른바 ‘본방을 사수’한 드라마는 ()과 () 정도였던 것 같다고 쓰는데 다시 얼마 전에 이성민이 주연한 () 역시 거기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드라마 선호’가 노화의 증거? 딸애가 서울에 있는 제 남동생에게 내 근황을 전했더니 녀석이 그랬단다. 아버지께서 드라마를 즐기시는 것 같은데 그건 노화나 여성화의 한 증상일 수 있다고. 그럴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요즘 ‘드라마를 즐겨 본다’라고 쓰는 게 훨씬 사실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일부러 텔레비전을 피하지 않는 이상, 딸애가 ‘드라마의 여제(女帝)’라 부르는 아내와 생활하면서 드라마를 아주 안 .. 2020. 2. 20.
기억과 망각, 그 길목에서 휴대용 USB 지니고 다니기 얼마 전 내 초임 시절에 내리 세 해를 내게서 국어를 배웠던 여제자 둘이 여길 다녀갔다. 올해에 불혹을 맞은 이 친구들은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직의 동료이면서 이른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지라 이들과 나의 관계는, 말하자면 ‘사제동행’인 셈이다. 건망증이 잦아졌다 각각 아이 둘을 둔 어머니가 되어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넉넉하고 아름다웠다. 말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편안함이다. 굳이 제자이기보다 편안한 옛 친구 같은 분위기를 나는 느낀 것이다. 며칠 후 두 사람으로부터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똑똑한 내 메일 프로그램은 한 친구의 편지를 휴지통에 보냈는데, 휴지통을 정리하다 나는 잠깐 머리를 갸웃거렸다. ‘정희 ○(성씨).. 2020.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