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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청소노동자2

삼천오백 원, 혹은 음료 한 병의 ‘선의’ 폭염 속, 한 경관이 노점상 할머니에게 보인 선의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 대신에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도맡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엔간히 일반화된 상황 같다. 덕분에 아이들은 청소를 면제받고 아주 잘 관리된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었던 20년 전을 생각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 만하다. 잘 청소된 화장실을 이용하고, 가끔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몇 해 전에 ‘청소노동자’ 문제를 환기하게 된 홍익대 파업 투쟁을 떠올리곤 한다. 그 투쟁은 학생과 시민들의 연대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는 승리를 선사했지만, 예의 투쟁에 크고 작은 힘을 보탠 사람들에겐 우리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던 것 같다. .. 2020. 8. 31.
청소노동자, ‘투명인간’에서 ‘여성’으로 청소노동자의 ‘인간 선언’에 부쳐 “노동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스스로 깜짝 놀랐던 것이 화장실에서였다. 사업장 화장실에서 서서 볼일을 볼 때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가 들어와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태연하게 볼일을 마치고 나갔었다. 노동운동을 하고 노동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서야 그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남자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 흠칫하게 되더라. 그전에는 청소노동자를 사람으로 인식하지도 못했던 거다. 소변기, 대걸레, 비품 상자 같은 사물이나 다름없었다.” - 장귀연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니다’(2011.8.30, ‘세상 읽기’) 중에서 한 남성 노동자의 고백이다. 장귀연은 ‘존재해도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노동자’로 청소노동자를 이야기한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은 청소를 위해 구부정하.. 2020.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