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첫사랑3

띠동갑 내 ‘첫사랑’이 다녀갔다 띠동갑 내 첫 제자들과 만나다 지난 월요일에 띠동갑인 내 첫 제자들이 다녀갔다. 그간 내왕하던 두 아이를 출판기념 모임에 초대했더니 스승의 날을 앞두고 모두 넷이 겸사겸사 구미를 찾은 것이다. 부산과 경주, 밀양과 대구에서 각각 달려온 이들은 올에 쉰둘, 나와 열두 살 차 띠동갑이다. 스물아홉에 만난 열일곱 여고생 스물아홉, 뒤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부임한 경주의 어느 시골 여학교에서 나는 이들, 열일곱 살짜리 여학생을 만났다. 담임을 맡아 졸업할 때까지 내리 3년을 가르쳤다. 이들을 내 ‘첫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관련 글 : 좋은 이웃, 혹은 제자들(1)] 나는 꽤 오랫동안 내게 배운 아이들을 ‘제자’라고 부르는 것을 삼갔다. 글쎄, “‘스승’은 없고 ‘선생’만, ‘제자’는 없고 ‘학생’만 있다”.. 2019. 5. 17.
교단 31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 시간들 학교를 떠나며 ② 교단 31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 시간들 2015학년도 종업식 때 퇴임 행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학교 쪽의 제의를 저는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아이들과는 수업을 마치며, 교직원들에겐 송별회 때 작별인사를 하면 되리라고 여겼으니까요. 정년도 아니면서 공연히 아이들과 동료들 앞에 수선(?)을 피울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화요일에는 3학년, 수요일에는 2학년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2월 28일 자로 학교를 떠나게 되어 작별인사를 해야겠다고 하니까, 아이들은 짧은 탄성을 지르며 자세를 바로 하고 잠깐 긴장하는 듯했습니다. “고맙다. 지난 1년간 공부하면서 너희들은 나를 신뢰해 주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선을 지키며 예의를 잃지 않았다. 나는 여러분과 교.. 2019. 3. 25.
좋은 이웃, 혹은 제자들(1) 이웃이 된 제자들(1) 한 5년쯤 될까. 교직에 들어 한동안은 ‘제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어쩐지 ‘제자’라는 말을 올리는 게 민망해서였다. ‘제자’라는 말의 상대어는 당연히 ‘스승’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제자’라고 말하려면 내가 ‘스승’이 되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통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교사들 대부분은 그런 자격지심과 무관한 일상어로 이 낱말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심히 제자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예사롭지 않은 자격지심이 멀쩡한 동료를 능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다. ‘스승과 제자, 혹은 교사와 학생’ 사이 그래도 ‘스승’을 입에 올리는 것은 서른 해를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모든 교사에게 ‘스승의 날’은 언제나 부담스러워 피하고.. 2019.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