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찔레꽃5

메밀꽃의 발견 다시 바라보는 메밀꽃, ‘이미지’와 ‘현실’ 사이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기억 속에서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나온 이후 어느 날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던 듯하다. 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본래 접시꽃이 그렇듯 지천으로 피어 있었던 것인지, 시인의 시가 세상에 나온 이래, 집중적으로 접시꽃이 심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새로운 ‘접시꽃의 발견’의 책임은 마땅히 내 기억에 있는 것이다. 일상에는 존재하되,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사물도 새롭게 부여된 어떤 동기로 말미암아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일까. [관련 글 : 접시꽃, 기억과 선택 사이] 어느 해 봄은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이 유난히 자주 눈에 밟혔는데, 올.. 2021. 9. 3.
다시 ‘북봉산’ 우리 동네 뒷산, 북봉산 지난 주말에 아내와 함께 ‘마침내’(!) 북봉산에 올랐다. 가파른 우리 아파트 뒷길을 피해 이웃 아파트의 뒷길을 택했다. 조팝꽃이 하얗게 핀 산기슭을 오르자 평평하고 제법 널따란 등산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길은 매우 평탄하고 넉넉하게 산마루를 타고 정상으로 이어졌다. 대개 산이 그렇듯 북봉산은 소나무가 많은 산이다. 이 산이 4월부터 짙푸르러 보이는 것도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는 잡목들 가운데서 소나무가 그 변함없는 푸른빛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주말인데도 등산객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오르니 정자 하나가 나타났다. 산꼭대기에 정자를 세우는 것은 이 지역의 특징인 듯하다. 북봉산 정상이다. 해발 388m. 산악인들이 세운 빗돌 곁에 벽진 이씨의 한 종회가 세운 ‘.. 2021. 5. 30.
내가 찍은 ‘사진’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생활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내 사진 오늘 오후에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쓴 기사의 사진을 교과서에 실었는데 이를 확인해 달라는 전갈이었다. ‘저작권협회’와 ‘사진’, ‘교과서’ 따위의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협회의 담당자는 내게 의 객원기자가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한때 그랬다고 대답했다. 은 안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매체다. 지역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업첸데 어느 날 거기서 내 블로그의 글을 게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영세매체가 원고료 따위를 줄 일은 없다. 나는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그게 내가 뜻하지 않게 의 객원기자가 된 경위다. 에 내 글이 모두 몇 편이나 실렸는지는 알지 못한다. 거기서 알아서 내.. 2020. 11. 25.
장미와 찔레, 그리고 이연실의 노래들 화려 ·열정의 장미와 소박한 야생화 찔레 5월은 흔히들 ‘장미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겐 5월이 ‘찔레의 시절’로 더 정겹게 다가오는 때다. 장미가 주택가 담장 위와 길가의 펜스에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 건 5월로 들면서다. 그러나 숲길을 다니면서 눈여겨보아 두었던 찔레가 벙글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부터인 듯하다. 도시의 5월은 ‘장미가 대세’ 장미는 도시 곳곳에서 이미 대세다. 그 선명하고 도발적인 빛깔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기 때문일까. 주택가 골목에도 아파트나 공공건물의 울타리에도 장미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흰 페인트를 칠한 울타리 사이로 빨간 장미는 그 빛깔만으로 튀어 보인다. 그러나 도시의 거리에서 찔레를 보기는 쉽지 않다. 찔레가 양지바른 산기슭, 골짜기, 냇가 등지에서 피어나는 꽃이어.. 2019. 9. 18.
찔레, 그 슬픔과 추억의 하얀 꽃 찔레꽃 이미지 바야흐로 찔레꽃의 시절이다. 학교 뒷산 언덕바지에 찔레꽃이 흐드러졌다. 장미과에 속하지만 줄기와 잎만 비슷한 동북아시아 원산의 이 꽃(Rosa multiflora)은 보릿고개의 밤을 하얗게 밝힌 꽃이었다. 연중 가장 힘들고 배고프던 시기에 피었다는 이 꽃에는 저 절대 빈곤 시대의 슬픈 추억이 서려 있다. 찔레꽃의 추억과 슬픔 찔레꽃을 먹기도 했다지만, 나는 찔레순 껍질을 벗겨 먹어본 기억밖에 없다. 찔레꽃은 5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붉은 색으로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연분홍 찔레꽃을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양지바른 산기슭, 골짜기, 냇가 등지에 피는 이 꽃의 소박한 흰 빛은 좀 슬프다. 그래서일까. 송찬호 시인이 노래한 ‘찔레꽃’은 저 잃어버린 시절의 사랑과 회한을 노래한다. ‘너’는 .. 2019.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