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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지칭어3

언어 예절, 그리고 가족의 변화 시대에 따라 변하는 언어 예절, 혹은 ‘가족의 변화’ 곧 설날이다. 전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구제역 때문에 설날을 전후한 ‘민족대이동’의 규모는 예년 같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역시 사람들은 선물을 사고, 차표를 사서 귀향을 준비한다. 그것은 이 나라 사람이라면 피하지 못하는 몸에 밴 의례다. 연휴가 수요일부터여서 주5일 근무를 하는 이들에겐 이번 설날 연휴는 닷새가 옹글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명절 순례는 다소는 고달플지 모르지만, 피를 나눈 가족의 견고한 유대와 동질성을 확인케 해 줄 것이다. 명절이 가까워지면서 언론도 명절 쇠기와 관련된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한다.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 ‘명절날 가족 간 다툼 피하는 법’ 같은 기사와 함께 ‘친척 간 호칭, 제대로 알자’ 따위의 기사가 눈에.. 2021. 2. 8.
‘마누라’와 ‘와이프’, 우리 ‘아버지’와 너의 ‘어머님’ 마누라와 와이프 얼마 전, 어떤 인터넷 언론 기사에서 아내를 ‘와이프’라고 쓴 걸 발견하고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에 게재된 기명 기사에 ‘와이프’가 여러 차례 쓰였다. 개인 블로그도 아닌 공식 기사에 당당히 쓰인 ‘와이프’는 그러나 천박하고 무례해 보였다. 신문이나 방송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매체라는 사실을 기자는 깜빡 잊었던 것일까. 공식 기사에서 그런 외국어를 쓰는 게 실례라는 걸 그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니, 어쩌면 그 기자 세대에서는 그 정도는 일상이었을 수도 있겠다. 공적 장소에서 자신의 처를 가리키는 말은 ‘처’나 ‘아내’를 쓰는 게 맞다. 물론 ‘집사람’이나 ‘안사람’을 쓸 수도 있지만, 이는 여성의 성 역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라 적절.. 2020. 6. 28.
‘고객님’에서 ‘사장님’까지 - 우리말의 ‘호칭’ 생각 두루뭉술한 우리말의 ‘호칭어’ 접객업소나 가게 따위에서 ‘사장님’으로 불린 경험은 중년 이후의 남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글쎄, 그런 호칭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이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실 ‘사장’과는 무관한 사람이 그런 호칭을 들어야 하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런 호칭을 선택한 것은 일종의 예우다. 그가 사장이든 아니든 그건 별문제가 아니다. 이 호칭은 본인의 지위와는 무관한 ‘말치레(립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장’으로 불린 사람이 이걸 가지고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껏해야 지나가는 말로 ‘나 사장 아닌데…….’ 하고 얼버무리는 게 고작인 것이다. 사장님, 아버님… 나는 집 앞의 이용소에서 10여 년 가까이 ‘사장님’이란 호칭으로 불리었다. 상.. 2020.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