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줄다리기4

정월 대보름, ‘액은 보내고 복은 부른다’ 정월 대보름의 ‘세시 풍속’ 정월 대보름이다. 시절이 예전 같지 않으니 세상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대보름은 고작 시장에서 절식(節食) 마련을 위한 ‘반짝 수요’로나 기억될까. 그러나 내 어릴 적에 정월 대보름은 설날에 못지않은 절일(節日)이었다. 한자어로 ‘상원(上元)’이라고도 하는 대보름은 백중(7.15.), 한가위와 함께 보름을 모태로 한 세시풍속일이다. 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 농경사회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차고 이지러지길 거듭하는 달의 변화에서 꽉 찬 만월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음양 사상에 따르면 달은 ‘음(陰)’, 즉 여성으로 인격화된다. 따라서 달의 상징구조는 달-여신-대지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의 생산력의 상징인 것이다. 태곳적 풍속으론 대보름을 .. 2024. 2. 23.
정월 대보름, 무엇을 빌 수 있을까 정월 대보름의 세시 풍속 정월 대보름이다. 아침에 ‘찰밥’(경상도에선 ‘오곡밥’이란 이름보다 찰밥으로 주로 불린다.)을 먹었다. 아주까리 나물은 여전히 입안에서 행복한 미감을 선사해 준다. 부럼은 미리 깨물었다. 어젯밤 지난달에 산 지리산 밤을 깎으면서 식구들 모두 하나씩 깨물어 먹었다. 같은 보름일 뿐, 그게 더 클 이유는 없는데도 우리는 정월 보름을 연중 가장 큰 보름으로 여긴다. ‘상원(上元)’이라 불리기는 하는 이날의 비중은 설날에 뒤지지 않는다. 요즘이야 대보름이라고 해도 오곡밥을 지어 먹거나 보름달이나 구경하면서 보내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연간 세시풍속의 절반 가까이가 정월에 몰려 있고 그 중 대보름과 관련된 세시풍속이 무려 40~50건에 이를 만큼 대보름은 우리 세시풍속에서 중요한 날이었다.. 2022. 2. 15.
줄다리기, 인류 무형 문화 유산이 되다 ‘줄다리기’(Tugging rituals and games)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줄다리기’(Tugging rituals and games)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2일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줄다리기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위원국들이 아태 지역 4개국이 협력하여 공동 등재로 진행한 점과 풍농을 기원하며 벼농사 문화권에서 행해진 대표적인 전통문화로서 ‘줄다리기’의 무형 유산적 가치 등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한다. 이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을 시작으로 강릉 단오제(2005),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처용무(2009), 가곡.. 2020. 12. 2.
줄다리기, 남녀의 성적 결합이 풍작을 낳는다 영주 ‘순흥 초군청(樵軍廳) 놀이’를 다녀와서 지난 정월 대보름에 ‘순흥 초군청(樵軍廳) 놀이’를 다녀왔다. 지방자치 시대의 민속 행사는 지역마다 다투어 벌어지긴 하지만 그 내용이야 거기가 거긴 경우가 많다. 내가 사는 안동에도 보름날 밤에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가 다채롭게 베풀어진다. 그런데도 굳이 아침 일찍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순흥에 이른 것은 ‘초군청’이라는 이름이 은근히 풍기는 흥미 때문이었다. 순흥 초군청은 개화기 때 농민들이 자신의 권익 보호와 향중(鄕中) 사회의 질서회복을 위해 결성한 전국 유일의 순수 농민 자치기구다. ‘초군청’의 ‘초군’은 말 그대로 ‘나무꾼’이다. 그것은 ‘관군’이나 ‘양반’과 맞서는 ‘민간’과 ‘서민’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유일의 농민자치 기구 ‘순.. 2019.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