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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죽음5

⑰ 한로(寒露), 제비는 강남으로, 기러기는 북에서 오는 한로(寒露),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 10월 8일(2024년도 같음)은 한로(寒露)다. 한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다. 말 그대로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다. 세시 명절인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 양력으론 10월 13일)과 비슷한 시기지만 한로에는 특별한 민속 행사가 없다. 한시에,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주를 담그며, 머리에 수유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등고(登高)]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중양절의 민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는 것은 잡귀를 쫓기 위함으로 이는 수유 열매가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붉은 자줏빛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한로 15일간을 5일씩 끊어서.. 2023. 10. 8.
민중은 쫄지 않았다! [스케치] 한미FTA 원천무효! 대구경북민중대회 어제 오후 2시 30분부터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2011 대구경북 민중대회’가 열렸다. ‘한미FTA 원천무효! 이명박 퇴진! 한나라당 해체!’를 외치는 이 집회에 지역의 시민조직과 함께 참여했다. 행진을 포함 3시간 남짓 베풀어진 대회의 이모저모를 스케치했다. # 단풍과 깃발 대구는 더위가 유명하지만 사실 추위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그러나 경북 북부지방에 옮아와 살면서 대구가 ‘따뜻한 남쪽 지방’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국채보상기념공원 주변에 단풍은 바야흐로 지고 있긴 했지만, 그 화사한 절정의 기품이 상기도 남아 있었다. 일찍 서리가 내리는 북부지방에서 흔히 보는 칙칙한 적갈색이 아니다. 아주 밝고 따뜻한 붉은 빛 단풍에 북부에서 온 촌사람들은 .. 2021. 12. 5.
죽음, 혹은 영면(永眠) 강남희 1940~2007.12.27. 형수님이 돌아가셨다. 지난 27일 오전 6시께. 급성 신부전증으로 투병했는데 좀 회복되는가 했더니 병마는 이미 당신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향년 68세. 얼마든지 더 살아 있어야 할 나이다. 떠날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남은 사람의 슬픔은 더 컸다. 아니다. 당신이 산 세월이 워낙 고단해서 자식들의 비통함이 더 컸는지 모른다. 고인의 지아비, 그러니까 내 형님이 세상을 뜨신 게 1992년이니 15년 만에 내외는 이승이 아닌 저세상에서 만나게 될 것인가. 음력으로 치면 형님이 세상을 버린 날짜 하루 전이다. 정작 생전에 내외의 정리는 그렇지 못했으니 이건 웬 반어인가. ‘천생연분’이라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이 착잡해진 이유도 거기 있다. 형수가 우리 ‘.. 2020. 12. 31.
지아비와 함께 편히 쉬시라 김지원 1959~2012.4.26 인간의 삶에서 ‘죽음’을 떼어낼 방법은 없다. ‘낙양성 십 리 하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을 굳이 불러오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은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고매한 사상가도, 억만금을 가진 부자도, 대중의 사랑을 먹고살던 연예인도,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숱한 선남선녀들도 죽음의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우리는 살 만큼 산 ‘자연사’는 비교적 담담히 받아들인다. 호상(好喪)이란 이름이 따르는 부음이 그것이다. 그 죽음이 더욱더 애틋한 것은 아이들의 죽음이고, 좀 이르게 찾아온 죽음이다. 그것은 ‘자연사’와 달리 쉬 받아들일 수 없는 안타까운 죽음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에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4년 전에 우리가 저세상으로 배.. 2020. 4. 26.
2009년, 노무현 이야기 둘 노무현, 남은 자들의 성찰과 참회 어느새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다. 2009년 그의 죽음은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를,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르쳤고, 그를 지지한 국민에겐 정치적 지지의 시종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노무현은 적어도 지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는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은 길이어서, 스스로 가야 할 길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의 길을 간 지도자다. 그를 따르려던 정치인들은 그 길이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가 떠난 지 8년 뒤에 그의 비서실장이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고 정치적 동.. 2019.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