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노동1 주말 노동 아내의 요청으로 멸치를 다듬다 지난 9월의 일이다. 아내는 집에 없었다. 군에 있던 아들 녀석이 예고 없이 특박을 나왔고, 딸애는 스파게티를 해 달라는 제 동생의 주문에 따라 주방에서 음식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들 녀석은 헤드셋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아예 좌정해 버렸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티브이를 켜 놓고 멀거니 화면에 눈을 주고 있는데 문득 아내의 부탁이 떠올랐다. “언제, 시간 나면, 냉동실에 있는 멸치, 똥 빼고 다듬어 놓아 줘요. 하지만 대가리를 버리면 안 돼요.” 즐겨 먹는 된장이나 국 따위에 통으로 든 멸치를 나는 혐오하는 편이다. 국물에 푸근히 몸을 담가서 우려낸 국물 맛에도 불구하고 물에 불은 놈들의 허여멀건 배때기를 바라보는 기분이 영 께름칙해서이다. 똥을 뺀 멸치를 분쇄기로 갈.. 2019. 8.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