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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정체성7

‘역사 인식’의 아이러니, 친일 전력은 육사의 ‘정체성’에 맞나? ‘독립전쟁 영웅 흉상’ 이전 논란, 홍범도 철거, 백선엽 띄우는 육사의 고무줄 ‘정체성’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문제로 육군사관학교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18년에 육사 종합강의동인 충무관 앞에 세운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봉오동 전투), 김좌진·이범석(청산리)·지청천(대전자령 전투)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인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현 위치에서 다른 장소로 이전한다고 하면서다. 석연찮은 이유로 촉발된 독립전쟁 영웅 흉상 이전 육사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는데, 이전 장소는 독립기념관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는 지청천·김좌진·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 2023. 9. 7.
정년퇴임,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생각한다 이 땅에서 평교사로 살아가기 3월 인사발령에서 평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 발령을 받은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거기 아무런 관심이 없는 탓이다. 누가 교감이 되었건, 누가 교장이 되건 그건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주변의 동료들도 비슷한 이들로 넘치니 그런 쪽의 뉴스엔 캄캄하기만 하다. 교직에 들어온 지 햇수로는 25년째다. 통상의 경우라면 승진이 남의 얘기가 아닐 터이다. 그러나 설사 거기 뜻을 둔다고 해도 까먹은 세월 덕분에 후배들보다 호봉이 낮은 터라 언감생심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승진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것이다. 몇 해 전이다. 부산에서 처가 행사가 있어 갔더니 처사촌 몇이 나를 보더니 반색하고 묻는다. 자형, 이제 교감 될 때 된 것 아닌가요? 어이가 없어서 .. 2022. 3. 18.
‘행복한 눈물’이 당신들의 ‘힘’이다 한국방송(KBS)의 파업에 부쳐 KBS 새 노조(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이 그들 현업 방송인(언론인)들의 ‘존재 증명’이라는 글을 쓴 것은 지난 7월 19일이다. 시청자(요즘은 KBS를 거의 보지 않고 있긴 하지만)라는 걸 빼면 방송과는 아주 무관하면서도 굳이 글을 쓴 것은 물론 ‘공정방송 회복’에 대한 동의뿐 아니라, 파업을 선택한 언론노동자들에게 짙은 동질감과 연대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KBS 언론노동자들이 흘린 ‘행복한 눈물’ 나는 그들 방송노동자가 감행한 파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라고 썼다. 그리고 ‘때로 이상을 지키거나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이기는 싸움뿐 아니라 이길 수 없는 싸움도 피하지 못한다’라고도 썼다. 신영복 선생의 어법으로 표현하면 ‘이길 수 없는.. 2020. 8. 1.
‘미션(mission)’ 유감 ‘미션(mission)’은 ‘과제, 임무’를 완전히 대체했다 바야흐로 ‘미션(mission)’의 시대다. 특히 텔레비전의 프로그램마다 미션이 넘친다. 코흘리개 아이들부터 칠팔십 노인에 이르기까지 아무 망설임 없이 ‘미션’과 ‘도전’을 외쳐댄다. 사람들이 즐겨보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미션은 출연자의 능력을 재는 수단이 되거나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에 동참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맛보기도 하는 것 같다. ‘미션’이라고 하면 40대 이상은 80년대에 상영된 같은 이름의 영화를 떠올릴 수 있을 터이다. 롤랑 조페 감독의 이 영화는 내용보다 신부로 출연한 로버트 드 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맡은 역할과 연기가 꽤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미션? ‘신이 내린 성스러운 임무’ 남미 오지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장엄한 영상미.. 2020. 4. 20.
문정희 시인의 ‘몸과 삶’, ‘사랑’의 성찰 문정희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민음사, 2008) 뒤늦게 문정희의 시집 를 읽고 있다. 그의 시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정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가 ‘외롭다’라고 하는 것과 그가 말하는 ‘사랑’은 다른 여성 시인이 그러는 것과는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게 연륜의 힘일까. 그의 시 ‘유방’을 읽는다. 화자는 유방암 사진을 찍는다. ‘윗옷’을 벗고 ‘맨살’로 ‘기계’ 앞에 선다. ‘에테르’처럼 스며드는 ‘공포’ 속에 ‘패잔병처럼 두 팔 들고’. 그리고 그 여자는 자신의 몸을, ‘축 늘어진 슬픈 유방’을 성찰하기 시작한다. ‘사춘기 때부터 레이스 헝겊 속에’ ‘싸매놓은’ 그 ‘수치스러운 과일’처럼 ‘깊이 숨겨왔던 유방’을. 노화를 경험하며 몸을 성찰하다 그것은 ‘.. 2019. 12. 5.
‘돛과닻’, 혹은 ‘낮달’을 위한 변명 인터넷 아이디(ID) ‘돛과닻’에서 ‘낮달’까지 아이디로 쓰고 있는 ‘낮달’에 대한 변명이다. 2007년에 블로그에서 처음 쓴 이름이 ‘돛과닻’이었다. 그보다 앞서 ‘다음’과 ‘천리안’에 잠깐 머물 때에는 ‘낮달’을 썼다. 오블에 정착하면서 쓴 ‘돛과닻’을 2년쯤 쓰다가 다시 ‘낮달’로 돌아간 얘기가 ‘변명 하나’다. 변명 둘은 그보다 2년 전인, 오블 초기에 쓴 ‘돛과닻을 위한 변명이다. 호적에 기록된 제 이름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지어진 이름이다. 그러나 웹에서 쓰는 아이디는 저마다 이런저런 뜻을 붙여서 나름의 개성적인 이름을 쓴다. 10년도 전의 일이라, 그걸 시시콜콜 설명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시 읽어보아도 무어 그리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도, 그걸 굳이 해명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 2019. 2. 17.
‘오그락지’와 ‘골짠지’ 무말랭이로 담은 김치 ‘오그락지’ ‘골(곤)짠지’라고 들어 보셨는가. 골짠지는 안동과 예천 등 경상북도 북부지방에서 ‘무말랭이 김치’를 이르는 말이다. ‘짠지’는 ‘무를 소금으로 짜게 절여 만든 김치’인데 여기서 ‘골’은 ‘속이 뭉크러져 상하다.’는 의미의 ‘곯다’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잘게 썰어서 말린 무는 곯아서 뒤틀리고 홀쭉해져 있으니 골짠지가 된 것이다. 안동 '골짠지'를 우리 가족은 '오그락지'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 집에선 아무도 그걸 골짠지로 부르지 않는다. 우리 식구들은 골짠지 대신 ‘오그락지’라는 이름을 쓴다. 이는 내가 나고 자란 경상북도 남부지방 칠곡의 고장 말인데, ‘골’ 대신 ‘곯아서 오그라졌다’는 의미의 ‘오그락’이라는 시늉말을 붙인 것이다. 남의 고장 말과 내 고장 말이라는 것.. 2019.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