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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정월 대보름3

정월 대보름, ‘액은 보내고 복은 부른다’ 정월 대보름의 ‘세시 풍속’ 정월 대보름이다. 시절이 예전 같지 않으니 세상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대보름은 고작 시장에서 절식(節食) 마련을 위한 ‘반짝 수요’로나 기억될까. 그러나 내 어릴 적에 정월 대보름은 설날에 못지않은 절일(節日)이었다. 한자어로 ‘상원(上元)’이라고도 하는 대보름은 백중(7.15.), 한가위와 함께 보름을 모태로 한 세시풍속일이다. 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 농경사회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차고 이지러지길 거듭하는 달의 변화에서 꽉 찬 만월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음양 사상에 따르면 달은 ‘음(陰)’, 즉 여성으로 인격화된다. 따라서 달의 상징구조는 달-여신-대지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의 생산력의 상징인 것이다. 태곳적 풍속으론 대보름을 .. 2024. 2. 23.
대보름 아침, 책 몇 권 대보름 찰밥과 새로 산 책들 정월 대보름이다. 아침 식탁에 찰밥과 나물이 올랐다. 아내는 찰밥이 제대로 된 것 같지 않다고 투덜댔지만, 나는 대추와 밤까지 넣어 지은 밥 한 그릇을 얌전히 비웠다. 나물은 고사리, 취, 냉이, 시금치 등이었는데 내가 늘 입에 올리는 아주까리 나물이 예전 맛이 아니었다. 나물 맛, 혹은 입맛 잎의 결이 살아 있으면서 담백한 풍미를 가진 게 아주까리 나물인데 어째 식감이 예전 같지 않았다. 너무 삶아 물러서 그런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나는 입에서 뱅뱅 도는 말을 삼켜버렸다. 아주까리 나물 맛이야 거기가 거길 터, 변한 건 내 입맛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저께 며칠 전 주문한 책 몇 권을 받았다. 퇴직 신청을 하면서 이제 책 사 읽는 것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2021. 3. 2.
줄다리기, 남녀의 성적 결합이 풍작을 낳는다 영주 ‘순흥 초군청(樵軍廳) 놀이’를 다녀와서 지난 정월 대보름에 ‘순흥 초군청(樵軍廳) 놀이’를 다녀왔다. 지방자치 시대의 민속 행사는 지역마다 다투어 벌어지긴 하지만 그 내용이야 거기가 거긴 경우가 많다. 내가 사는 안동에도 보름날 밤에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가 다채롭게 베풀어진다. 그런데도 굳이 아침 일찍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순흥에 이른 것은 ‘초군청’이라는 이름이 은근히 풍기는 흥미 때문이었다. 순흥 초군청은 개화기 때 농민들이 자신의 권익 보호와 향중(鄕中) 사회의 질서회복을 위해 결성한 전국 유일의 순수 농민 자치기구다. ‘초군청’의 ‘초군’은 말 그대로 ‘나무꾼’이다. 그것은 ‘관군’이나 ‘양반’과 맞서는 ‘민간’과 ‘서민’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유일의 농민자치 기구 ‘순.. 2019.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