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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재심3

[오송회와 이광웅] 진실과 정의는 ‘너무 늦다’ ‘오송회 사건’ 관련자 9명, 재심에서 모두 무죄판결 5공 시절 대표적 용공 조작 사건이었던 ‘오송회 사건’의 관련자 9명이 재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지난해 6월 이 사건이 “5공 시절의 전형적 용공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심을 결정한 지 16개월 만이다. 특히 이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피고인들에게 법원을 대신해 사죄해 눈길을 끌었다.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을 때 당사자들이 느꼈을 좌절과 원망’을 언급하며 재판부는 ‘보편적 정의 추구’를 약속했다고 한다. 1982년 11월에 경찰에 불법 연행되어 83년 5월,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던 때부터 따지만 그간 꼭 26년이 흘렀다.. 2020. 11. 27.
무기수 김신혜 앞에서 멈춘 ‘정의’ [서평] 박상규·박준영의 르포르타주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우리는 무심코 남의 물건을 동의 없이 가질 수 있고, 누군가를 속이고 위협하거나 때려서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런 행위의 결과가 곧 절도, 사기, 상해, 살인이라는 형사 범죄다. 그러나 소시민 대부분은 평생 그런 상황과 무관하게 살아간다. 감옥이나 법원은 말할 것도 없고 파출소에조차 한번 불려가는 일도 없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긴 하지만 누구나 무엇을 훔치고, 누군가를 속이거나 때리고 죽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법과 정의’에 대한 ‘로망’과 현실 모두에게 그런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은 누구나 그런 상황에 휩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 2020. 6. 7.
32년 만의 신원(伸寃), 인혁당 희생자들의 <푸른 혼> 김원일 연작소설 김원일의 소설을 처음 만난 건 고교 졸업 후, 장편 와 어느 문고판 단편집을 통해서다. 그 무렵에는 아직 어렸던지라 ‘분단’을 다루고 있던 그의 장편보다 ‘파라암’과 같은, 매우 정교한 묘사와 탁월한 완성도의 단편들에 매료되었던 듯하다. 한 여인의 파란 많은 삶을 묘사한, ‘썩어가면서 더욱 부드러워지는 살의 마비’라는 표현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1990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마음의 감옥"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삶과 그 진정성’을 성찰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에 감동과 전율을 동시에 느꼈다. 이 소설은 빈민을 위해 살다간 아우의 순교자적 죽음을 계기로 핍박받는 사람들의 정당한 요구에 동참하게 되는, 방관자적 중산층 형의 인식 전환을 다루고 있는 중편이다. 마음의 감옥을 읽으면서 .. 2019.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