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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잠들지 않는 남도3

<순이 삼촌>은 여전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현기영의 중편소설 을 통해서 만나는 4·3 제주에서 돌아온 다음 날, 4·3 항쟁 예순한 돌 기념일을 맞는다. 관광버스로 돌아다녔을 뿐이지만 제주도 일원에서 회갑을 넘긴 4·3에 대한 분위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가끔 사거리 중앙에 서 있는 ‘4·3사건 위령제’를 알리는 하얀 선전탑만이 외로웠을 뿐이다. 아이들은 2학기 작문 시간에 발표하는 현기영의 중편소설 을 통해서 4·3을 만난다. 4월에 공부하면 좋을 텐데, 어쩌다 보니 날짜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봄의 유채꽃과 제주의 파란 바다를 떠올리며 을 배우니 작품 이해에는 한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지지난해부터 이태 동안 아이들이 내게 보낸 발표 자료를 훑으면서 머릿속으로 소설을 재구성해 본다. 은 1949년 1월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에서 .. 2019. 9. 11.
슬픈 섬, ‘잠들지 않는 남도’ 아이들의 수학여행으로 다시 찾은 제주 제주도에 닿은 것은 지난 4월 10일 늦은 오후였다. 1988년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공항은 좀 더 커진 듯했고, 예전과 달리 야자나무 가로수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관광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며 나는 이 남도의 섬이 건너온 고단한 세월을, 그 시간 속에 켜켜이 서린 통한의 현대사를 떠올리며 옅은 비애를 느꼈다. 4·3항쟁 쉰아홉 돌이 꼭 일주일 전이었다. 나는 차창에 머리를 괴고 연도의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스쳐 가는 풍경 속에서 거기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삶이 날것 그대로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제주는 슬픈 섬이야, 나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섬에서의 사흘 밤 나흘 낮을 나는 마치 오랜 세월 고향을 떠났다가 막 돌아온.. 2019. 9. 9.
‘비목(碑木)’과 ‘잠들지 않는 남도’ 사이 제주 4.3추념식에서 부르는 ‘노래’ 시비에 부쳐 참 어려운 세상이다. 국가추념일 의식에 부를 노래를 두고 해마다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말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문제로 정부 여당과 5·18재단, 지역민들이 부딪치더니 이번엔 제주 4·3 추념식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올 4·3 추념식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늘 불러왔던 ‘잠들지 않는 남도’ 대신 ‘비목(碑木)’이 합창 되면서 논란이 재연되었다고 한다. 4·3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지난해에 난데없이 G20 주제가였던 ‘아름다운 나라’가 연주된 데 이어 두 번째다. 4·3 추념식에 웬 ‘비목’과 ‘그리운 마음’? 그나마 지난해 논란을 불렀던 ‘아름다운 나라’가 불리는 대신 전국 공모를 통해 4·3의 노래로 선정된.. 2019.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