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긍정1 우리 반 고추 농사(Ⅴ) 익은 고추를 따다 지난 5월 이래 내가 노심초사 가꾸어 온 우리 반 고추농사를 오늘 걷었다. 점심시간에 마지막 사진을 한 장 찍고 화분을 교사 뒤편으로 옮겼다. 일부러 시켰던 것도 아닌데 그 동안 꾸준히 화분에 물 주는 일을 도맡았던 이웃 반 아이와 우리 반 아이 둘이 거들었다. 아이들에게 포기를 뽑으라니 그것도 수월찮은 듯 낑낑대더니 겨우 지지대와 함께 뽑아놓는다. 그나마 총총히 달린 몇 개의 고추를 훑어 따고 나서 화분은 뒤편 산기슭에다 갖다 엎었다. 지난 몇 달간 몇 그루의 고추를 훌륭히 길러 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 장한 흙인데, 그 양이 보잘것없다. 저 한정된 토양을 더 기름지게 하느라고 나는 몇 번씩이나 유기질 비료를 거기 듬뿍 파묻었던가. 내려오는데 문득 기독인들이 ‘아멘’ 이라 중얼.. 2020. 10.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