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피동 표현1 ‘잊혀진 계절’은 없다 ‘잊혀진 계절’은 가수 이용의 히트곡이다. 1984년께 내 초임 시절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노래였다. ‘시월의 마지막 밤’과 그 이별을 노래한 노랫말은 다분히 신파조였다. 그러나 전체 분위기에 힘입어 이 노래는 제법 쓸쓸한 정서를 자아내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노래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사실 제목에서 ‘잊혀진’은 어법에 어긋난다. ‘잊힌’이라 써야 할 데에 ‘잊혀진’이라 쓰는 경향은 문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 여류화가였던 마리 로랑생의 시 ‘갑갑한 여자보다……’의 번역에도 “죽은 여자보다도 / 한층 더 가엾은 것은 / 잊혀진 여자이어요.”라며 같은 표현이 쓰였으니 말이다. ‘잊혀진’이 어법에 어긋나는 까닭은 그게 이중의 ‘피동 표현’이기 때문이다. ‘피동’이란 주어가 다른 주.. 2019. 10.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