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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종교배3

고데기와 ‘머리 인두’ 일본어 ‘고데기’의 대체어 ‘머리 인두’?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던 일본어는 꽤 많이 사라졌다. 우리 세대가 알고 있는 어떤 일본어를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의 우리말 순화가 진행되어 온 세월에 비기면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양복저고리’와 ‘마이’ 양복저고리를 일러 ‘마이’라고 말하는 아이와 어른들이 적지 않다.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 천연덕스럽게 ‘마이’를 뇌는 여자 연예인을 바라보고 있자면 거북하기 짝이 없다. 대체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양복저고리’도 좋고, 그냥 ‘상의(上衣)’라도 괜찮고, 그것도 마땅찮으면 ‘재킷((jacket)’이라도 써도 좋을 일이다. ‘마이’는 싱글 양복을 가리키는 일본어 가타마에(かたまえ)에서 왔다. 이 말이 우리나라.. 2020. 3. 16.
[한글 이야기] ‘불여튼튼’에서 ‘빼박캔트’까지 언어의 이종교배(한자, 영어와 결합한 한글) 한 민족이나 국가 단위의 고유 언어가 오랜 역사를 통하여 그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교통과 통신 사정이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전근대에도 이민족의 언어가 유입되면서 이런저런 언어적 변화가 이어졌으니 말이다. 그 변화의 으뜸은 외국어에서 빌려와 마치 우리말처럼 쓰는 외래어 가운데서 오랜 세월이 지나 자연스럽게 우리말이 된 낱말인 ‘귀화어(歸化語)’다. ‘붓, 먹’(중국), ‘부처’(인도), ‘보라매, 송골매, 수라’(몽골), ‘냄비, 구두, 가마니’(일본), ‘담배, 빵’(포르투갈), ‘가방’(네덜란드) 등 외래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익숙해진 낱말이 바로 귀화어다. 본래 ‘새말[신어(新語), 신조어(新造語)]’은 .. 2019. 10. 14.
[한글 이야기] ‘슬림(slim)하고 샴푸(shampoo)하다’? 한글과 영어의 ‘이종교배’ 십여 년 전 일이다. 휴대전화를 새로 바꾸었는데 이 물건이 좀 얇고 날씬한 놈이었다. 이를 본 젊은 여교사가 탄성을 질렀다. “야, 슬림(slim)하다!” 언젠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았는데 이발을 끝낸 미용사가 내게 정중하게 물었다. “샴푸(shampoo)하실래요?” 나는 접미사 ‘-하다’를 영어와 그렇게 붙여 써도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된 느낌이었다. 우리말 ‘조어법(造語法)’(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법)의 큰 줄기는 파생법과 합성법이다. 단어를 형성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 부분을 ‘어근(語根)’이라 하는데 이 어근에다 접사(어근에 붙어 그 뜻을 제한하는 주변 부분)를 붙여서 만드는 게 파생어니, 파생법은 이 파생어를 만드는 방법이다. 어근에다 새로운 어근을 .. 2019.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