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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명우2

아름다운 부부, 순국의 길로 함께 갔네 이명우(李命羽)·권성(權姓) 부부의 자정(自靖) 순국 20세기 벽두에 대한제국이 그 명운을 다해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망국의 아픔과 통한을 가누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있다. 정작 이씨 성의 왕족 가운데는 그 책임과 죄업을 진 이가 없으나 이들은 스스로 왕토에 사는 신민(臣民)의 도리를 다했다. 이들 자정 순국 지사 70여 분 가운데 열 분이 경상북도 안동 사람이다. [관련 글 : 장엄하여라, 우국의 황혼이여] 그들은 곡기를 끊고, 독약을 마시고, 머리를 기둥에 부딪쳐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그 죽음은 확신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 행위의 결과가 특정한 성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단지 한목숨의 절멸일 뿐, 물리적으로는 적의 터럭조차 건드리지 못하니 그 죽음은 자기 존재의 전부를 버리.. 2019. 8. 29.
장엄하여라, ‘우국(憂國)의 황혼’이여 [항일의 땅과 인물 ③]자정(自靖) 순국(殉國)의 넋들과 향산 이만도 20년도 전의, 오래된 얘기다. 어느 여학교의 역사 시간이었다. 교사는 문득 ‘망국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아이들에게 물었겠다. 그것도 매우 근엄하게. 얘들아,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일제히 입을 모아 소리쳤다. 마이클 잭슨 생일요! 경술국치와 ‘마이클 잭슨의 생일’ 사이 1910년 8월 29일은 이른바 ‘경술국치’일이다. 그날, ‘한국 정부에 대한 모든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제에 넘겨줄 것을 규정한 합병조약에 따라 27대 519년 만에 조선 왕조는 그 명운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는 때로 화석이 된다. 아이들에겐 그날이 역사 교과서 속에서 만난 봉건 왕조가 사라진 날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한.. 2019.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