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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유년2

‘버들피리(호드기)’의 계절 아이들 다 컸지만, 추억으로 만들어본 ‘버들피리’ 봄은 물가에 먼저 온다. 마지막 살얼음 아래로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냇물, 갯가에 핀 버들개지에 머무는 아직은 차가운 바람, 물가에서부터 파릇파릇 살아나는 풀잎들……. 당연히 시내 곁에 선 갯버들의 미끈한 줄기에도 물이 오른다. 그 물오른 갯버들 가지를 꺾어 만드는 게 버들피리다. 버들피리를 ‘호드기’라고 부르는 지방이 많은 듯한데, 우리 고향을 포함한 경상북도 남부지방에선 이를 ‘날라리’라고 불렀다. 봄철에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의 껍질을 고루 비틀어 뽑은 껍질로 만든 피리다. 어릴 적, 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냇가에선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고, 산에서는 참꽃을 따서 먹으며 놀았다. 들과 산이 모두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였던 시절이다. 버들피리 .. 2020. 4. 9.
‘호작질’과 ‘저지레’ - 정겨운 우리말 ① 손장난? 아니 ‘호작질’ 선친께선 목수셨다. 일생을 전업의 목수로 사신 건 아니고, 젊은 시절 한때 나무를 만지셨다. 아버지께선 지금은 없어진 고향 집을 지으셨고 내 어릴 적 우리 집 곳곳에 있던 나무로 만든 가구들도 대부분 당신께서 손수 다듬으셨다. 방앗간과 대문간 그늘에 짜놓은 커다란 평상이나 길쭉한 나무 의자는 물론이거니와 왕겨를 때던 부엌마다 비치된 소쿠리도 아버지께서 만드신 거였다. 왕겨나 재를 담아내던 손잡이 달린 그 소쿠리는 바닥은 함석으로 손잡이는 나무로 만든 거였는데 용도에 따라 크기도 여러 가지였다. 때로 아버지께선 긴히 소용에 닿지 않는 것도 금방 뚝딱 만들어 내시곤 했는데, 그걸 만드실 때 누군가가 무얼 하느냐고 물으면 좀 겸연쩍으신지, “뭐 호작질 삼아서…….”하고 얼버무리시곤 했.. 2020.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