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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욕망5

노화, 그 우울한 길목에서(3) ‘현명하게 늙어가기’는 과욕, ‘면(免) 노추(老醜)’ 도 쉽지 않다 “마흔이 되면 불혹(不惑)이라더니, 어떻게 나는 이런저런 유혹에 자꾸 마음이 기우는지 모르겠어.” 마흔 살을 갓 넘겼을 무렵, 내가 벗들에게 건넨 푸념이다. 미혹되지 않음은 공자 같은 성인의 이야기일 수만은 없을 터인데도 이런저런 욕망을 내려놓기가 버거워서였다. 그러나 한가하게 그걸 한탄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던 나는 그러구러 그 시기를 넘겼다. 공자의 불혹, 나는 끊임없이 유혹에 흔들렸다 인간의 수명을 팔십으로 가정하면 마흔은 그 한가운데다. 2, 30대 열정의 시기를 지나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서정주 ‘국화 옆에서’) 나이인데, 이 마흔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서양이 비슷하다. 링컨이 남긴 명언, “마흔 살이 되면 인간은 자.. 2023. 2. 1.
열일곱 아들 때문에…조선 양반이 보낸 ‘욕망의 편지’ [서평] 전경목 지음 팔순, 구순에 이른 학자들이 책을 내는 시절인데 이제 겨우 육십 대 중반을 간신히 넘긴 터수에 나이 들면서 책 읽기가 쉽지 않다고 하면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고 욕을 벌 수도 있겠다. 그러나 평생을 연구와 저작으로 살아온 학자들과 고작 소설깨나 읽은 데 그친 무명소졸을 나란히 견줄 수는 없다. 정독을 해야 할 책은 말할 나위도 없고, 설렁설렁 읽어도 좋은 가벼운 읽을거리도 펴들고 반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인지라, 책 사기가 두려울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살 때의 욕심과 달리 책은 두어 달 책상 위에 굴러다니다가 서가 한쪽으로 사라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까닭이다. 사대부들, 편지로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다 그러나 나는 지난 4월 하순, 전북 부안의 지인으로부터 추천받고 펴든 신.. 2021. 5. 6.
‘낡고 오래된’ 차 이야기 (1) 13일, 금요일의 행운 현재 내가 타고 있는 차는 세피아Ⅱ인데 1997년 12월식이다. 오는 12월이면 꽉 찬 10년이 된다. 대략 16만 5천여 킬로미터를 탔다. 10년이 다 됐지만 차는 여전히 무던한 편이고, 무엇보다 차를 바꿀 만한 여유가 없으니 당분간(이게 몇 년쯤이 될는지는 알 수 없다.) 더 곁에 두어야 하는 물건이다. 차도 사람처럼 늙는다. 해수 앓는 노인처럼 호흡이 고르지 않기도 하고 관절이나 뼈마디가 탈이 나 움직일 때마다 우둑우둑 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람과는 달리 얼마간의 돈을 들이면 관절이나 장기를 바꿔 낄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젊어서 곱고, 씩씩하다가 늙으면 미워지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람을 닮았다. 그러다 보니 갓 사서 반짝이는 차는 품 안의 각시처럼 애지중.. 2020. 8. 22.
장미보다, 다시 찔레꽃 5월, ‘찔레꽃의 계절’ 해마다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사진기를 둘러메고 여기저기 찔레꽃을 찾아 나서곤 해 왔다. 철 되면 피는 꽃이 올해라고 달라질 리 없건마는 4월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나는 고개를 빼고 산기슭이나 골짜기를 살펴보곤 하는 것이다. * 찔레, 그 슬픔과 추억의 하얀 꽃(2010/05/28) * 장미와 찔레, 그리고 이연실의 노래들(2015/05/16) 그러나 찔레꽃을 그리기 시작하는 시기는 언제나 반 박자쯤 늦다. 조금 이르다 싶어 잠깐 짬을 두었다 다시 찾으면 이미 그 하얀 꽃은 조금씩 시들어가고 있었던 게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무슨 일로 바빴나, 그저께 며칠 만에 오른 산어귀에서 만난 찔레꽃은 바야흐로 그 절정의 시기를 막 넘고 있는 참이었다. 지난 9일 치른 대선이 ‘장미 대선’.. 2020. 5. 20.
화접도(花蝶圖), 혹은 욕망의 끌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화접도’ 고운 쥘부채를 사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쥘부채를 하나 샀다. 중앙박물관은 처음이었다. 전국교사대회에 참석하기 전 우리 지회는 박물관에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일부는 ‘파라오 특별전’에 들어갔고, 나머지는 박물관 전시실을 순례하며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 중앙박물관을 찾으리라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정작 잠시 들른 박물관에서 나는 좀 어정쩡했다. 아예 박물관 구경을 목표로 한 걸음이 아니었던 탓이다. 나는 동행한 역사 전공의 후배 교사를 길라잡이 삼아 그의 해설을 귀담아들으며 한 시간쯤 전시실을 두루 돌아다녔다. 전시물 조명은 따로 있었지만, 안경을 끼지 않은 내게 전시실은 대체로 좀 어두웠다. ‘깬석기’나 ‘빗살무늬토기’ 따위의 우리말 이름이 좋았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타제석.. 2019.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