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여행2

보길도, 잃어버린 젊음과의 조우(遭遇) 18년 만에 다시 찾은 섬, 보길도 대저 여행의 묘미는 ‘떠남’에 있다. 그것은 일상과 그 책임으로부터, 삶과 일터의 갖가지 곡절과 그 완고한 도덕률로부터의 ‘이탈’이고 ‘격리’이다. 실명의 드러난 삶에서 익명의 숨겨진 삶으로의, 아주 자연스러운 자리바꿈이다. 차표를 사거나, 가방을 챙기고 승용차의 시동을 거는 순간, 낯익은 거리와 골목, 오래 알아 온 사람과 사람, 익숙한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일탈이 시작되는 것이다. 열여덟 해 전에 그랬듯, 아내와 함께 나는 보길도를 향해 길을 떠났다. 낡은 승용차에 내비게이션을 달고 딸애의 배웅을 받으며 익숙한 도시를 빠져나오면서 아내는 얼마나 설레었을까. 보리암, 향일암, 선암사, 보성 차밭 같은 목적지들과는 달리 보길도는 아내는 물론이거니와 내게 각별한 추억의 섬.. 2019. 9. 20.
나는 ‘즐거운 주말’이 되고 싶지 않다 ‘말글 살이 이야기 - 가겨찻집’를 시작하면서 새로 방 한 칸을 들인다. 내 블로그는 네 칸짜리 ‘띠집’인데 여기 또 한 칸을 들이면 ‘누옥(陋屋)’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세 칸을 넘으면 이미 ‘수간 모옥(數間茅屋)’에 넘치니 꼼짝없이 ‘띠집’[모옥(茅屋)]을 졸업해야 할 듯도 하다. 새로 들이는 칸의 이름은 ‘가겨 찻집’이다. 한겨레 18°의 고정 꼭지였던 ‘말글 찻집’을 본뜬 이름이다. 워낙 그 꼭지 이름이 가진 울림이 좋아서 뒤통수가 뻐근해지는 걸 감수하고 본떠서 쓴다. ‘가겨’는 물론 ‘가갸거겨’를 줄인 것. 나는 여기다 우리 말글살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으려 한다. 오랜 망설임과 주저가 있었다. 물론 망설임의 까닭도 여럿이다. 아이들에게 겨레말을 가르쳐 온 지 스무 해가 넘었.. 2019.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