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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여성성2

청소노동자, ‘투명인간’에서 ‘여성’으로 청소노동자의 ‘인간 선언’에 부쳐 “노동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스스로 깜짝 놀랐던 것이 화장실에서였다. 사업장 화장실에서 서서 볼일을 볼 때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가 들어와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태연하게 볼일을 마치고 나갔었다. 노동운동을 하고 노동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서야 그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남자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 흠칫하게 되더라. 그전에는 청소노동자를 사람으로 인식하지도 못했던 거다. 소변기, 대걸레, 비품 상자 같은 사물이나 다름없었다.” - 장귀연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니다’(2011.8.30, ‘세상 읽기’) 중에서 한 남성 노동자의 고백이다. 장귀연은 ‘존재해도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노동자’로 청소노동자를 이야기한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은 청소를 위해 구부정하.. 2020. 5. 3.
하이힐, 혹은 근원적 여성성 '빼딱구두'의 근원적 여성성 어릴 적에는 하이힐을 ‘빼딱구두’로 불렀다. ‘빼딱’은 의태어 ‘빼딱하다’의 어근인데 그게 하이힐이란 놈의 좀 요상한 구조를 가리키면서도 그런 구두를 신는 여성 일반을 바라보는 ‘삐딱한’ 태도를 이르기도 하지 않나 싶다. 하이힐을 위태하게 신고 치마 안의 팽팽한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걷는 이른바 ‘하이칼라’ 여성들을 바라보면서 그 시절 사람들은 이 첨단의 유행에 대한 일종의 적의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빼딱구두’의 추억 저런 모양의 신발을 신고 어떻게 걷나 싶을 만큼 독특한 구조를 가진 그 구두를 신고 늠름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첨단의 유행을 소화해 낼 수 있다는 능력을 의미하는 거였다. 당연히 이들이 하이힐을 신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걸음걸이 자세―무게중심이 발 앞에 쏠리.. 2019.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