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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어버이날7

아버지, ‘서서 자는 말’ 혹은 ‘구부러진 못’ 아버지, ‘일가의 생계를 짐 지고 살아가는 ‘가장’ ‘어버이날’이다. 이날이 ‘어머니날’에서 ‘어버이날’로 바뀐 게 1973년부터라고 하는데 나는 그즈음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내 기억 속에 여전히 5월 8일은 ‘어머니날’일 뿐이니 거기 굳이 ‘아버지’를 끼워 넣을 일은 없는 것이다. 그 시절에 아버지는 어머니와 비길 수 없을 만큼 ‘지엄’한 존재였다.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말 그대로 ‘가부장’의 지위와 권한을 제대로 누린 사람들이었다. 굳이 그들을 기리는 날을 정하는 것은 일종의 사족이거나 ‘불경(不敬)’에 가까울 만큼. 아파트 베란다에서 명멸하는 담뱃불로 상징되는 이 시대의 가장에게는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 외롭고 고단한 가장의 삶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머니와는 또 다른 애.. 2023. 5. 9.
5월, 그 함성으로 5월, 민주주의의 함성을 기억하며 ‘계절의 여왕’이라는 진부한 수사로는 5월을, 그 아픔과 상처 위에 돋아난 새살을 다 말하지 못한다. 쇠귀 선생의 그림과 함께 일별해 보는 5월의 달력에는 아직도 선연한 피의 흔적, 매캐한 최루탄 내음, 그 푸른 하늘에 나부끼던 깃발과 드높던 함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벽두인 1일은 ‘메이데이(May Day)’다. 만국 공통의 이 ‘노동절’은 아, 대한민국에서만 ‘근로자의 날’이다. 이날의 역사도 만만찮다. 메이데이는 ‘공산 괴뢰 도당의 선전 도구’라는 이승만의 훈시에 따라 1957년, 3월 10일(대한노총 창립일)로 생일이 바뀐데다 1963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근로자의 날’로 개칭되어 버린 것이다.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2022. 5. 1.
주말 나들이, 시립미술관과 바닷가 카페 주말 나들이 - 포항시립미술관과 동해 바닷가 카페 지난 주말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최악이었다. 그 전전날, 어버이날이라고 집에 온 아들이 제 누나와 의논하더니 8일에는 포항에 다녀오자고 했다. 포항 시립미술관 전시도 보고, 죽도시장에 가서 회도 먹고 오자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전시 관람을 1시간에 40명으로 제한하고 있었는데, 사전 예약을 해놨다고 했다. 안동에 살 때 가족여행 삼아 해마다 영월의 동강국제사진제를 찾았었다. 아이들이 전시회를 즐겨 찾게 된 것은 그 이후부터인 듯하다. 그쪽에 남다른 소양이 있는 건 아닌데, 사진과 그림을 가리지 않는다. 요즘 전시회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 나는 입장료를 내는 전시회에는 간 기억이 없는데, 아이들은 그 정도는 치러야 할 비용으로 여기는 것 같다.. 2021. 5. 12.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노인들… 세상의 노인들…, 그리고 어버이 경북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 반자골. 북쪽으로는 주왕산, 남쪽으로는 구암산, 동쪽으로는 포항의 내연산이 둘러싸고 있는 깊은 산골 마을. 10여 년 전만 해도 대여섯 집이 모여 살았으나 지금은 이윤우(78) 김남연(74) 노부부 한 쌍만 남아 있습니다. 스물둘에 재 너머 포항 죽장에서 시집온 꽃다운 새색시는 스물여섯 살가운 남편과 살며 딸 셋, 아들 하나를 두었으나 성장해 모두 도회지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노부부만 남아 5대째 반자골 고향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힘이 세어 소를 대신해 쟁기를 끄는 게 아닙니다. 소를 키우기에 힘도 들고 경운기가 올라오기에 길이 너무 외져 두 노인네가 옛날식으로 쟁기질을 해 밭을 갑니다. 할머니가 앞에서 끌고 할아버지가 뒤에서 쟁기를 잡지만 지.. 2021. 5. 9.
어버이날, 부모 안의 ‘부처’를 생각한다 모든 어버이의 마음속에 부처가 산다 사람들이 자신의 불효를 뉘우칠 때쯤엔 이미 어버이들은 세상을 버리셨기 마련이다. 늘 때늦은 후회와 회한으로 속을 저미는 게 자식들의 숙명이다. “나무가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는 오래된 글귀가 지적하는 게 그 어느 어름이다. 위로 어버이가 그렇다면 아래로 자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기르는 건 부모가 된 후의 일이니, 자식 기르기에 이골 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라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 어려서 이러저러하게 기를걸, 하고 무릎을 칠 때쯤엔 이미 아이들은 품 안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품 안의 ‘자식’과 품 밖의 ‘상전’ 속담.. 2021. 5. 7.
친어버이 계시지 않은 ‘어버이날’에 친 어버이 계시지 않은 ‘어버이날’을 맞으며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공연히 오지랖이 넓어지는 증세가 도진다. 수업을 마치기 전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잠깐…, 내일 이야기를 좀 하자. ……무슨 날인지 알지?” “? ……, !” “체육대회요!” “어버이날요!” “준비들은 하고 있겠지?” “…….” “문자나 보내죠, 뭐.” “꽃이나 달아드려야죠.” 아이들은 좀 풀이 죽은 듯 침묵하거나 다소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아이들에게 내일 치르는 체육대회는 가깝고, 어버이날은 멀다. 열여덟 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나이다. 부모님의 은혜를 깨우치기에는 어린 나이고, ‘나와 가족의 관계’에 대한 자의식을 갖기에는 넘치는 나이다. 뜻밖의 답도 있다. “부끄러워서요…….” 나는 아이가 말한 부끄러움의 의미를 이해한다. 18.. 2020. 5. 10.
세상의 모든 ‘자식들’, 모든 ‘어버이’ 찾아뵐 어버이 계시지 않은 어버이날에 낫는가 싶던 기침이 어제부터 다시 슬슬 잦아지기 시작했다. 간밤에 깰 때마다 소리 죽이고 기침하느라 힘이 들었다. 5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다시 병원엘 가야 하나 어쩌나 하고 궁싯거려야 한다는 사실이 좀 짜증스럽다. 지난 어린이날은 방송고의 중간고사 시험날이었다. 더는 어린이가 없는 집에서는 ‘어린이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날일 뿐이다. 우리 집뿐 아니라, 주변에 어린이가 있는 친지도 거의 없다. 장성한 아이가 혼인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는 이상 당분간 어린이날을 챙길 일은 없을 터이다. 어버이날도 다르진 않다. 어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랬다. 친가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처가에도 장모님 한 분만 살아계시니 ‘어버이날’을 챙기는 게 훨씬 ‘수월.. 2020.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