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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어머니8

[순국]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뤼순서 순국 청년 안중근(1879~1910), 뤼순(旅順)에서 지다 1910년 오늘(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뤼순(旅順) 감옥에서 순국한 날이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1909년 10월 26일)한 지 꼭 다섯 달 만이요, 일제의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1910년 2월 14일)받은 지 한 달 열흘만이었다. 가톨릭교회, ‘살인자’의 종부성사 거부 이 자료에 따르면 2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안중근은 뤼순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안중근은 당시 천주교 조선대목구(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뮈텔(Mutel, 1854~1933) 주교에게 전보를 보내 자신에게 사제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자신의 사형 집행일로 성(聖) 금요일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2008년 3월, 국.. 2024. 3. 25.
[2023 텃밭 농사] ③ 홍산 마늘, 싹은 올라왔는데……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홍산 마늘의 발아 마늘 심은 지 9일째인 어제, 텃밭을 찾았다. 드디어 유공 비닐의 구멍마다 마늘 싹이 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싹을 틔우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다. 아내는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마늘을 심은 부분이 그렇다면서, 냉장고에 보관한 마늘은 싹이 안 트는가 보다, 자못 실망하는 눈치였다. 나는 기다려보자, 그러나 싹이 안 트면 방법 없다,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했다. 조금 있다가 아내는 비닐 구멍 안을 살펴보더니, 밑에 싹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첫 농사란 건 언제나 힘든 법이다. 마늘 농사 유튜브를 살펴보니 한 2주쯤 지나면 싹이 거의 다 올라오는데, 마늘 싹이 비닐 .. 2022. 10. 18.
사모곡(思母曲), 기다림은 마음으로 유전한다 어머니 생각, 기다림은 유전하는가 며칠 전부터 황석영의 장편소설 을 읽기 시작했다. 9월 말께에 샀으니 한 달이 훨씬 넘었다. 편하게 누워서 책을 폈는데, 맨 앞은 작가의 헌사(獻辭)다.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 청년기를 힘들게 보냈던 작가의 헌사를 읽다 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던 작가의 어머니를 생각하다 나는 6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렸고, 그예 눈물을 찔끔거리고 말았다. 고작 여섯 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도 어머니가 가신 지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게 공연히 서러웠다. 돌아가신 후 아들 녀석이 쓰다가 지금은 내 서재로 쓰는 문간방 앞에 기대어 서서 현관에 들어서는 나를 반가.. 2021. 11. 6.
선물 ‘선물’ 이야기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다. 일요일인데도 아내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더니 더덕구이와 갈치자반이 상에 올랐다. 잠이 덜 깬 딸애가 밥상머리에 앉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고, 곧 서울에서 아들 녀석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른바 ‘귀가 빠진 날’인 것이다. 선물은 생략이다. 아내가 선물 사러 나가자고 여러 번 권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험 준비 중인 딸애는 따로 선물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듯했고, 아들애는 전화로 제 어미에게 대신 선물을 준비하라 이른 모양인데, 내가 선물 얘기를 잘라버린 것이다. 나나 아내는 여전히 선물 문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지난 5월(어버이날)에는 딸애가 카네이션 바구니를, 군에 있던 아들 녀석이 ‘군사우편’을 보내왔었다. 오후에는 외출에서 돌아온 딸애가 선물 상자 하나.. 2021. 10. 21.
23년, 그 ‘어머니의 눈물’ 일흔여덟 어머니 가슴속 아들은 여전히 스물여덟이다 살아 있다면 아들은 쉰둘이 된다. 그러나 어머니의 가슴속에 아들은 23년 전 스물여덟 살로 살아 있다. 사고로 운신할 수 없는 남편을 부양하며 마산에서 함안까지 오가며 생선을 팔았던 어머니. 대우중공업에 다니던 아들이 집에 다니러 온 날, 아들이 좋아하는 돼지불고기를 해주려고 평소보다 일찍 생선 노점을 접고 돌아왔지만, 아들은 반대로 어머니를 만나러 시장에 가서 길이 엇갈렸다. 그리고 그 불발로 끝난 만남이 모자가 나눈 마지막이었다. 며칠 뒤, ‘민주노조’를 꿈꾸던 아들은 실종되었다. 아들은 결국 아홉 달 만인 이듬해 3월 유골로 돌아왔다. 검찰은 아들이 목을 매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어머니는 그걸 믿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 2021. 9. 8.
죽음……, 그 어머니와 남매의 선택 가난에 내몰린 세 가족, 극단적 선택 대구에서 가난에 내몰린 일가족 셋이 자살했다. 남편 부도로 이혼한 뒤 어렵게 두 자녀와 함께 살아온 어머니(41)가 가스가 끊기고 집세를 마련하지 못하자 딸(18), 아들(16)과 함께 방안에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다. [관련 기사] 포털마다 양념인 듯 떠 있던 그 기사는 이내 사라졌다. 나는 제목만 읽었다가 뒤에 그 기사를 정독했다. 기사 앞에서 우리는 망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게 다다.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가슴이 아려와 울컥했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들 일가의 죽음과 그것이 환기하는 이 비정한 사회의 야만성 앞에서. 이 나라는 가난에 지친 부모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이른바 ‘동반 자살’을 감행하는 곳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 2020. 3. 8.
첫 수확과 호미, 이 땅 어머니들의 ‘노동’을 생각한다 [ 텃밭일기 2018] ② 첫 수확과 호미, 이 땅 어머니들의 ‘노동’을 생각한다 지난해 6월에 쓴 텃밭 일기다. 오늘 인터넷에서 기사를 읽고 ‘호미’에 관해 쓴 이 글이 생각났다. 기사는 영주의 대장간에서 전통 방식으로 농기구를 만들고 있는 경상북도 최고 장인의 호미가 아마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한다. 미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아마존에서 한국산 농기구 ‘영주대장간 호미(Yongju Daejanggan ho-mi)’가 크게 이른바 ‘대박’을 냈다는 것. 국내에서 4000원가량인 이 호미는 아마존에서 14.95~25달러(1만6000원~2만8000원)로 국내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지만, ‘가드닝(gardening·원예)’ 부문 톱10에 오르며 2000개 이상 팔렸다고 한다. ㄱ자로 꺾어진 ‘호미’는 .. 2019. 2. 17.
마음도 나이를 먹는다 10년 넘게 써 온 글이 천 편이 넘었지만, 그 가운데 몇 편이나 '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다시 부끄러움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있긴 하다. 글을 쓴 때와 내용 분류와 관계없이 무난히 읽히는 글을 한 편씩 다시 싣는다. 때로 그것은 허망한 시간과 저열한 인식의 수준을 거칠게 드러내지만, 삶의 편린들 속에서도 오롯이 빛나는 내 성찰의 기록이다. 나날이 닳아지고 있는 마음의 결 가운데 행여 거기서 예민하게 눈뜨고 있는 옛 자아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마음도 나이를 먹는다.” 써 놓고 보니 꼼짝없는 신파다. ‘인간은 서서 걷는다’는 진술과 다를 바 없는 맹꽁이 같은 수작이다. 물리적인 시간의 변화가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몸뚱이와 그 기관의 노.. 2018.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