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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아들3

‘아비의 아들’에서 다시 ‘아들의 아비’로 세월과 세대의 순환 앞에서 마지막 겨울방학을 마치고 아들 녀석이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졸업반,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시기가 하필이면 이렇게 어려운 때냐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항변하던 녀석은 다소 심란한 얼굴로 집을 떠났다. 군 복무를 마쳤고, 졸업반이 되었으니 더는 ‘품 안의 새’가 아니다.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일찌감치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부모의 품을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위의 딸애도 그렇고 녀석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공부로 스트레스를 준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저들의 고교 시절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터이다. 아들은 아비를 닮았다 녀석은 외모부터 나를 빼닮았다. 못난 점만 골라 닮은 듯해 속이 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라는 위인의 종족보존이 성공한 경우니 어쩌겠는가. 외모만이 아니라, 속도 크게 다르.. 2023. 5. 9.
아내 생일에 생일에 아내는 손수 밥을 짓고 밥상을 차렸다 아내의 생일이다. 아내는 손수 끓인 미역국에다 엊저녁에 해 둔 밥으로 식탁을 차렸다. 그 식탁에 앉기가 좀 민망했다. 딸애는 뒤늦은 공부 때문에 해외에 머물고 있고, 아들 녀석은 서울에 있다. 그렇다고 아내의 생일이라고 내가 안 하던 밥을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생일날인데……, 미역국도 손수 끓여서 먹어야 하는구먼, 하고 내가 겸연쩍게 말하자, 아내는 심상하게 밥도 엊저녁 밥인데 뭘, 하고 대수롭잖게 받아넘겼다. “어쨌든, 당신 같은 사람을 내게 보내주어서 나는 참 행복했어. 당신이 태어나 주어서 정말 고마워.”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 줘서…….” 예전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수준의 아첨이지만, 나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면.. 2020. 5. 22.
죽음……, 그 어머니와 남매의 선택 가난에 내몰린 세 가족, 극단적 선택 대구에서 가난에 내몰린 일가족 셋이 자살했다. 남편 부도로 이혼한 뒤 어렵게 두 자녀와 함께 살아온 어머니(41)가 가스가 끊기고 집세를 마련하지 못하자 딸(18), 아들(16)과 함께 방안에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다. [관련 기사] 포털마다 양념인 듯 떠 있던 그 기사는 이내 사라졌다. 나는 제목만 읽었다가 뒤에 그 기사를 정독했다. 기사 앞에서 우리는 망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게 다다.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가슴이 아려와 울컥했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들 일가의 죽음과 그것이 환기하는 이 비정한 사회의 야만성 앞에서. 이 나라는 가난에 지친 부모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이른바 ‘동반 자살’을 감행하는 곳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 2020.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