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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시인3

고 정영상 시인의 문학전집 <감꽃과 주현이> 출간 추모 정영상 30주기-정영상 문학전집 를 받고 6월인지 7월인지, 상주의 선배 조 선생이 정영상의 시와 산문을 묶은 책을 보내주었다. 추모 정영상 30주기 정영상 문학전집 이다. 시인의 고교 후배인 이대환 소설가가 엮은, 508쪽의 두툼한 장정판이다. 지난 4월 15일, 그의 모교인 공주대학교 교정에서 베풀어진 30주기 추모식에서 전집을 펴낸다고 하더니 그새 책이 나왔나 보았다. [관련 글 : ‘그’가 가고 30년, ‘그’는 우리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 책을 받아, 나는 그걸 책상 옆 프린터 위에다 얹어두고 볼 때마다 글쎄, 책 출간 소식이라도 한 자 끄적여야지, 하고 생각만 하면서 두어 달을 보냈다. 그가 낸 시집과 산문집은 모두 내 서가에 있으니, 굳이 따로 읽을 일도 없을 듯해서였다. 대학에서 만나.. 2023. 9. 5.
옛 스승 도광의 시인과 제자들 고교 시절의 은사 도광의 시인에게서 배우며 성장한 문인들 시인 도광의(1941~ ) 선생님을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그는 우리들 신입생에게 국어를 가르친, 학교 문예 동아리 ‘태동기(胎動期)’의 지도교사였다. 무엇보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병아리 눈물만 한 문재(文才)를 확인해 준 분으로 그를 기억한다. 그해 가을, 선생께서 야심 차게 추진한 교내 현상문예 공모에서 별 기대 없이 내가 써낸 소설이 당선작이 되었다. 나는 포마이카 처리가 된 세련된 상패에다 고급 손목시계까지 부상으로 탔는데, 선생님께선 내 작품에 대해 은근히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듯하다. 성년으로 가는 어느 시기를 문학 소년으로 보낸 이들은 적지 않다. 사춘기의 문학에 대한 열망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와 열몇 살의 영혼을 뒤.. 2019. 10. 16.
앙리 미쇼(Henri Michaux)를 다시 읽으며 성장의 길목에서 만난 앙리 미쇼 뜬금없이 왜 앙리 미쇼를 떠올렸을까. 십대 후반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길목이었을 것이다. 어떤 책에 실린 그의 어록을 베껴서 습작 노트에 기록한 것은. 그러나 나는 그를 알지 못했다. 이름에서 드러나는바, 그가 프랑스인일 것으로 생각한 듯한데 이도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마땅히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를 잊어버렸다. 90년대 초반까지 지니고 있었던 습작 노트를 정리하면서 나는 그 안의 내용물을 ‘옛날의 금잔디’라는 제목의 한글 문서 파일로 만들어 보관했다. 어저께 우연히 그걸 기억해내고 그 문서를 찾는데 적잖이 시간이 걸렸다. 쇠락해 가는 내 기억력은 그 문서의 제목을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쎄, ‘굴복하여라, 내 가슴아’로 시작하는 예의 .. 2019.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