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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스승의 날4

자랑스럽구나, 아이들과 함께한 그 ‘세월’ 전교조에서 25년 경력으로 상을 받다 교직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이른바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주는 관제의 상, 교육감상이나 장관상 따위와는 다른 상이다. 1986년 5월 10일 교육 민주화 선언을 기념하여 내가 가입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주는 ‘교육공로상’이다. 전교조 위원장이 주는 교육공로상 ‘교육공로’라니까 무슨 대단한 업적을 생각할지 모르나, 이 상이 가리키는 공로는 ‘오래 교단을 지켜 온’ 것이다. 수상 자격은 오직 교직 경력 25년쯤의 연공(年功)이다. ‘관’과는 달리 전교조에서는 해직 기간을 경력에 넣기 때문에 교내 연령 서열(?)은 6위지만 호봉서열은 20위쯤에 그치는 내게도 이 상이 내려온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 이건 내가 교직에서 받는 첫 번째 상이다. 나는.. 2022. 5. 15.
‘스승의 날’ 유감 스승의 날 앞둔 교단 풍경, 웬 ‘자성(自省) 모드’ ‘자성(自省) 모드’란다. 스승의 날을 앞둔 교단 풍경을 전하는 연합뉴스의 표제(5월 12일자)다. 까닭은 물론 ‘비리로 얼룩진 교육계’ 탓이다. ‘일부 초등학교 카네이션도 반입 금지’라는 부제는 표제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기사의 첫 문장도 압권이다. 비리의 주범이라도 되는 양 교사들은 납작 엎드려서 숨을 죽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교육계 비리로 국민을 실망시킨 올해 스승의 날에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웬 ‘자성 모드’? 안다. 그게 요즘 우리 사회가 교단을 바라보는 보편적 시각이며, 그걸 의식한 교육계가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쯤이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이 쓸쓸한 풍경은 마치 우리가 가끔 만나.. 2021. 5. 16.
점심 거르기 4·15 공교육 파탄정책 철회 단식 하는 위원장과 함께해 점심을 거르다 일 년 365일 중 가장 어정쩡하고 민망한 날, 스승의 날이다. 예년 같으면 지역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교직원 체육대회 때문에 임시 휴무가 되겠지만, 올해는 정상 근무다. 아이들이 날을 챙겨주었다. 아침에 교실에 가니 불을 꺼 놓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 놓았다. 한바탕 스승의 노래가 흐르는 동안 나는 바보처럼 미소를 깨물고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한때는 아이들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 순간의 민망함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좀 무덤덤해져 있다. 아이들은 작은 꽃바구니 하나, 제각기 사연을 적은 종이 한 장, 속옷 한 벌을 전해 준다. 어젯밤에는 자정을 넘기면서 아이들의 문자가 연신 날아와 잠을 설치게 하였다. 2008년 스승의 날 풍경은.. 2021. 5. 15.
너희들도 때론 내게 ‘스승’이어라 스승의 날, 아이들로부터 축하케이크를 두 번 받다 아이들에게 오래된 교단의 기억들을 얘기한 적이 있다. 20년 전 ‘열등반 담임의 추억’ 말이다. 그러면서 그 녀석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자신들의 얘기도 글로 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 글은 아이들의 주문에 대한 답인 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쑥스러움을 무릅쓰는 까닭도 순전히 거기 있으니 독자들께서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면 좋겠다. 교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아이들은 교사들을 이성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젊은 총각 교사와 처녀 선생님들에게 아이들 마음이 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교사들은 의식적으로 아이들을 이성으로 인식하지 않으려 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교육적 필요 때문이면서 한편으로 인간적 자기 통.. 2019.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