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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숲길4

숲길의 낙엽 치우기 출근하는 산길 낙엽 치우다 아침저녁으로 다니는 산길에 가을이 깊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숲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지만, 그것도 잠깐, 나뭇잎은 말라 바스러지면서 길을 지워버릴 만큼 낙엽으로 쌓인다. 2km 남짓한 산길 가운데 주 등산로 주변의 낙엽은 이내 사람들의 발길에 묻혀 버리니 괜찮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외진 산길에는 낙엽이 꽤 두껍게 쌓여서 길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 길은 내가 다니는 산길의 끝, 마을로 내려가는 비탈길이다. 물매는 가파르지 않지만 길은 좁고 행인을 마주친 일이 손꼽을 만큼 인적이 드문 곳이다. 이 비탈길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낙엽에 뒤덮여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지난주다. 낙엽은 생각보다 미끄럽고, 나뭇잎에 덮인 길바닥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자치하면 미끄러지거나.. 2021. 11. 20.
만추, 수학능력시험 내 숲길에는 가을이 더디다, 하고 쓴 게 얼마 전이다. 그러나 어느새 가을은 깊숙이 나무와 숲에 당도해 있다. 단풍을 나무랐지만, 솔숲에 알게 모르게 어린 기운은 쇠잔한 가을빛이다. 안개 사이로 길을 재촉하는 여학생이나 원색의 옷을 차려입고 바쁘게 산길을 나아가는 등산객들의 모습에서도 가을은 이미 깊다. 11월인가 싶더니 어느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이다. 지난 3년 동안의 공부를 마무리하고 있는 3학년 교실에는 허탈과 비장감이 엇갈린다. 교실 뒷벽마다 후배들의 기원이 담긴 펼침막이 걸려 있다.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는 마음이야 누군들 같지 않겠는가. “펜이 가는 곳마다 답이 되게 하소서.” 2014. 11. 9. 낮달 일주일이 무섭다. 오늘 아침에 만난 숲길의 단풍이다.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이제.. 2021. 11. 9.
해바라기가 있는 숲길 강원도 태백시의 ‘해바라기 축제’ 태백시의 ‘해바라기 축제’ ‘해바라기 축제’라고 들어보았는가. 강원도 태백시 황연동 구와우 마을에 있는 태백고원자생식물원(이하 식물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름 축제다. 2005년부터 시작된 축제라는데 우리가 정작 이를 알게 된 건 며칠 되지 않는다. 가족의 여름휴가로 영월에서 열리고 있는 ‘동강 국제사진전’에 들렀다가 우리는 에서 축제 기사를 읽은 딸애의 제안으로 태백까지 내쳐 달린 것이었다. 영월 사진박물관과 모운동(‘해를그리며’ 님의 기사에서 얻은 정보로 잠깐 들렀다.)을 거쳐 태백 구와우 마을에 도착한 것은 오후 네 시가 겨워서였다. 식물원 입구가 어쩐지 허술해 보였다. 커다란 입간판 뒤편의 가건물에서 표를 팔고 있었는데 외부 벽면에 ‘공지사항’이라며 펼침막이 붙.. 2020. 8. 16.
팔공산 자락의 숲길 팔공산 자락의 숲길을 찾아서 오마이뉴스 블로그의 바지런한 이웃, 의 주인장 초석 님이 팔공산 자락을 한 바퀴 돌고 그 답사기를 쓴 게 얼마 전 일이다. 정작 은해사조차 가보지 못한 나는 그 부속 암자인 거조암의 영산전을 마음에 담아 두었고, 5월 초순에 거기를 다녀왔다. 그러나 석탄일 준비로 거조암은 연등 천지였다. 영산전 앞에 철 구조물을 앉히고 연등을 빽빽하게 달아놓았다. 당연히 사진은커녕 정면에서든 측면에서든 영산전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내친김에 은해사와 운부암, 백흥암을 돌아왔는데 팔공산 자락은 넓기도 하지, 빽빽한 숲 사이로 난 길이 매우 아름다웠다. 곧거나 완만하게 휜 늙은 소나무, 길가에 빽빽하게 들어선 교목들, 끊임없이 구부러지고 휘어 돌아가는 숲길은 찬연한 신록, 그 푸른빛의 행.. 2020.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