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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순화어3

최고 ‘사향’의 PC, 청춘의 ‘설레임’? ‘사양(仕樣) → 품목, 설명, 설명서’ 어저께 출근하다 길가의 풍선 간판을 읽다 말고 실소했다. 어떤 피시(PC)방 앞 인도에 세워놓은 풍선 간판에 ‘구미 최고 사향’이란 글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건 ‘사양(仕樣)’을 잘못 쓴 게 틀림없었는데, 문득 일본식 한자어 사양은 이미 ‘품목(品目)’ 등으로 순화되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사양은 일본어 ‘시요(しよう.仕樣)’를 우리말로 읽은 것이다. 의 ‘사양’ 풀이는 “설계 구조. ‘설명’, ‘설명서’, ‘품목’으로 순화”다. 순화어가 여럿인 것은 상황에 맞게 순화하면 된다는 뜻이겠다. 흔히 쓰이는 ‘선택사양’은 ‘선택 품목’으로 ‘(제품) 사양서’는 ‘(제품) 설명서’로 바꾸는 식으로 말이다. 풍선 간판의 ‘최고 사양’은 아마 ‘최신 제품’이라는 뜻으로.. 2021. 5. 19.
‘찌라시’와 ‘선전지’ 사이 일본어 찌꺼기 ‘찌라시’가 온존하는 까닭 바야흐로 ‘찌라시’ 전성시대다. 찌라시는 원래 일본말로 우리나라에선 ‘선전지’로 순화해 쓰지만, 정작 이 말이 쓰이는 상황은 좀 색다르다. 찌라시는 ‘값싸다’, ‘무가치하다’는 뜻에서부터 ‘믿을 수 없는 유언비어’까지의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찌라시’, 값싸거나 믿을 수 없거나 내가 아는 바로는 ‘찌라시’가 본래의 의미 이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안티조선’ 운동이 펼쳐질 때가 아닌가 한다. 가 보여 준 저급한 편향적 보도 행태에 주목하면서 사람들은 를 ‘찌라시’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요즘은 극우세력들이 나 , 같은 매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는 것 같다.) 찌라시가 다시 조명받은 것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비밀 누설 의혹과 관련해서다. .. 2020. 12. 3.
‘복 지리’? ‘복 맑은탕’! ‘복 지리’가 아니라 ‘복 맑은탕’으로 써야 맞다 나는 일본어와는 인연이 없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제2외국어는 독일어를 배웠다. 한 일 년 남짓 배웠나, 기억나는 건 독일어를 가르치던 키 작은 선생님과 독일어 알파벳 ‘아, 베, 체, 데, 게, 하……’, 그리고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가 고작이다. 그 무렵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독일어나 불어를 가르쳤다. 80년대 초반에 부임한 첫 학교에서도 불어를 채택하고 있었다. 몇 해 후에 학력고사 득점에 유리하다면서 일본어로 바꾸기까지 그 여학교에서 불어를 가르친 사람은 임용 동기인 여교사였다. 70년대만 해도 독학으로 하는 일본어 공부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데에 워낙 오불관언이었다. 천성이 게으른데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대한 부.. 2020.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