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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성찰8

‘단오(端午)’, 잊힌 명절 농경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로 옮아가면서 잊히고 있는 명절 6월 7일(2024년은 10일)은 잊힌 명절, 단오(端午)다. 나 역시 그랬듯 요즘 아이들은 ‘단오’가 명절이었다는 사실도 모른다. 삼국시대 이래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도 명절로 쇠었던 이 절일(節日)은 농경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로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에게서 시나브로 잊히어 가고 있다. 사실 단오라고 반색을 하긴 했지만, 내게도 세시 풍속으로서의 ‘단오’에 대한 기억은 실하지 않다. 글쎄, 유일하게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마을 하천 곁에서 펼쳐진 씨름대회가 고작이다. 그리 넓지 않은 모래밭인데 여기저기 가마솥에서 고깃국이 끓고, 한편에선 씨름판이 벌어졌던 1960년대의 광경은 마치 꿈결같이 떠오른다. 그 씨름대회의 우승자는 황소를.. 2023. 6. 22.
박정희 재떨이 모시는 200억짜리 ‘자료관’이라니… 1,368억 들여 ‘박정희 도시’ 만들기 나선 구미시…누구를 위한 기억인가 재떨이가 화제다. 그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이라고 기증된 재떨이다. 뜬금없이 재떨이가 화제가 된 것은 경북 구미시에서 총사업비 200억 원이 소요되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세우려 하면서 거기 보관할 ‘유물’을 기증받는 캠페인을 벌이면서다. 애당초 구미시가 세운 유물 확보 사업의 취지는 야심 찼다. ‘(……) 개인이 자료를 관리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도난 멸실 훼손 등으로부터 자료를 보호하고, 건립 예정인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의 전시 교육 연구에 활용’하겠다며 구미시는 ‘유물 기증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재떨이’는 어떤 역사를 환기해 줄까 그러나 1차 캠페인(2016.4~7)에 이은 2차 캠페인(2016... 2021. 4. 28.
문재인 헌정 광고, ‘못다 한 꿈의 성찰’ 문재인 헌정 광고에 담긴 주권자의 꿈 정치인에 대한 광고가 시작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부터인 듯하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이 불러일으킨 슬픔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장례를 전후해 지지자와 일반 국민이 진보 일간지 등에 추모 광고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 글 바로 가기] 이들 광고의 주체는 주로 시민들이었다. 베이스볼파크와 MLB파크 회원들, 82cook,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 DVD 프라임 등의 동호인 모임이 주축이 된 이들 시민이 마련한 광고는 기왕의 정치광고와는 다른 매우 감성적이고 세련된 언술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또 한 번 된다면, 나는 다시 태어나 그 나라의 행복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고인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된다면 그 나라의 .. 2021. 1. 11.
삼천오백 원, 혹은 음료 한 병의 ‘선의’ 폭염 속, 한 경관이 노점상 할머니에게 보인 선의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 대신에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도맡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엔간히 일반화된 상황 같다. 덕분에 아이들은 청소를 면제받고 아주 잘 관리된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었던 20년 전을 생각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 만하다. 잘 청소된 화장실을 이용하고, 가끔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몇 해 전에 ‘청소노동자’ 문제를 환기하게 된 홍익대 파업 투쟁을 떠올리곤 한다. 그 투쟁은 학생과 시민들의 연대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는 승리를 선사했지만, 예의 투쟁에 크고 작은 힘을 보탠 사람들에겐 우리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던 것 같다. .. 2020. 8. 31.
살구꽃, 혹은 성찰하는 공민의 봄 3. 남은 것은 이제 ‘성찰하는 공민’입니다 ‘그 없는’ 약속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다리면서 쓴 글 몇 편을 잇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ㅌ탄핵소추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 qq9447.tistory.com 오늘 아침에야 3월 달력을 떼어냈습니다. 연금공단에서 보내준 달력입니다. 삼월분을 찢어내자 드러나는, 한글로 쓴 ‘사월’이란 글자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사월이 무거운 이유는 여럿입니다. 그것은 멀리는 이제 기억에서도 까마득해진 사월혁명, 그때 스러져 간 젊은이들의 피를 떠올리는 시간이고, 가까이는 2014년 4월 어느 날을 아픔과 뉘우침으로 기억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 2020. 4. 2.
블로그 10년, 다시 새 10년으로 10년을 맞은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 에 블로그를 열고 첫 글을 올린 게 2006년 12월 15일이었다. 애당초 첫 글을 쓰면서도 이 새집을 얼마 동안이나 꾸려갈 수 있을지는 별 자신이 없었다. '다음'과 '천리안'에 각각 블로그를 열었다가 이내 그걸 허물어 버린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관련 글 : 카메라, 카메라] 블로그 10년(2006~2017) 그러나 햇수로 치면 11년째, 용케도 나는 오늘까지 이 둥지를 꾸려왔다. 전적으로 이는 그만그만한 삶의 장면들을 되새기며 주절댄 내 푸념과 넋두리를 읽고 격려해 준 이웃들 덕분이다. 신통찮은 글을 기사로 만들어 준 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10월 15일에 나는 “블로그 글 1000편에 부쳐”를 썼다. 블로그를 연 지 일곱 해 만이었다... 2020. 3. 18.
블로그 글 1000편에 부쳐 블로그에 글 1천 편을 썼다 지난 10일에 올린 글 “ ‘로마자 제호’를 다시 생각한다”로 내 블로그에 올린 글은 모두 일천 편이 되었다. 2006년 12월에 블로그를 연 지 햇수로 7년 만이다. 아직 돌이 되려면 두 달쯤 남았지만 성글게 계산해도 해마다 평균 140여 편, 2~3일에 한 편씩 글을 써 온 셈이다. 1천 편, 2006년에서 2013년까지 블로그에 첫 글을 쓴 때는 2006년 12월 15일, ‘카메라, 카메라’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처음 사게 된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를 기다리고 그것을 받아든 기쁨과 설렘을 두서없이 적었는데, 그때 그걸 읽으러 내 오두막을 방문한 이는 하루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최초로 쓴 기사는 2006년 12월 7일에 쓴 ‘물돌이동(河回) 주변을 거닐다’였다.. 2019. 10. 15.
2009년, 노무현 이야기 둘 노무현, 남은 자들의 성찰과 참회 어느새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다. 2009년 그의 죽음은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를,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르쳤고, 그를 지지한 국민에겐 정치적 지지의 시종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노무현은 적어도 지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는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은 길이어서, 스스로 가야 할 길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의 길을 간 지도자다. 그를 따르려던 정치인들은 그 길이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가 떠난 지 8년 뒤에 그의 비서실장이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고 정치적 동.. 2019.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