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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삼층석탑6

용연사(龍淵寺), 비슬산의 만산홍엽 용연사(龍淵寺)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면 반송리 비슬산 자락에 있다. 그리고 거기 달성군 옥포면 너머 논공읍에는 이제 15개월째 이른바 ‘짬밥’을 먹고 있는 아들 녀석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가 있다. 두 달만의 면회. 외출을 허락받은 아이와 함께 우리는 이 절집 아랫마을에서 곰탕과 산나물비빔밥을 먹었고, 절 구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시간을 죽이기 위해 바야흐로 깊고 짙어진 만산홍엽(滿山紅葉)을 한번 휘 돌아볼 수 있었다. 그 기슭에 용연사를 품고 있는 비슬산(琵瑟山)은 내가 다녔던 중학교 교가(“비슬산 정기를 얼싸 누리고……”)에도 등장하는, 팔공산과 함께 대구의 진산(鎭山)격의 산이다. 그러나 높이나 산세가 비슷한데도 비슬산은 팔공산보다 훨씬 작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팔공산이 대구 북부를 에.. 2022. 1. 8.
청정 숲길로 드는 옛 가람, 고운사(孤雲寺) 아름다운 숲 속의 도량, 경북 의성의 등운산 고운사 고운사(孤雲寺)에 들른 건 지난 8월 중순께다. 의성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략 백오십여 장의 사진을 찍었고, 짬이 나는 대로 사진을 훑어보면서 방문길의 감흥을 되새기곤 했다. 비록 생물은 아니지만, 사진도 오래 바라보고 있자면 마치 참나무통에 든 포도주처럼 숙성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관련 글 : 의성 등운산 고운사(孤雲寺)의 가을 본색] 고운사, ‘시대와 불화한 고독한 천재’ 최치원과의 연 고운사 방문은 두 번째다. 9년 전쯤 가족들과 스치듯 들렀는데, 절간 한쪽을 흐르는 시내 위에 세워진 누각이 인상적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의성에서 근무할 때, 날마다 고운사 입구를 표시한 이정표를 쳐다보며 다녔지만, 정작 이 절.. 2021. 9. 10.
일연의 인각사, 혹은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가을 나들이 ②] 군위 인각사(麟角寺) 아미산 가는 길에 애당초 내 여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인각사에 들른 것은 아쉬움 때문이다. 군위군이 브랜드 슬로건으로 선정할 만큼 일연과 , 그리고 인각사는 지역의 풍부한 문화 콘텐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내 기억 속의 인각사는 한적한 시골, 초라한 전각 몇 채가 쓸쓸하게 서 있던 20여 년 전의 풍경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일연이 를 편찬한 절집이라고 해서 인각사가 규모를 갖춘 사찰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나는 거기서 일연의 시대를 떠올릴 단서라도 하나 찾아보고 싶었다. 아직도 인각사 대신 ‘인각사지’인 까닭 인각사는 고로면 화북리 화산(華山)의 북쪽 기슭 강가 퇴적 지대에 자리 잡은 절이다. 등에 의하면, 인각사 북쪽에 있는 높은 절벽에 전설상의 동물인.. 2020. 11. 11.
동해 두타(頭陀)산성 샌들 등정기 동료들과 여행으로 찾은 동해 두타산성 바야흐로 이 나라의 여가 문화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히 의복, 장비 등 관련 산업의 융성으로 이어진다. 어쩌다 아무 준비 없이 면바지 바람으로 인근 산이라도 오른 이들은 마치 경쟁하듯 전문 산악인의 복장과 장비로 중무장(?)한 등산객들의 기세에 기가 질릴 지경이 되었다. ‘히말라야 복장’은 아니라도 ‘샌들’은 곤란 오죽하면 “동네 뒷산 오르는데, 등산복은 ‘히말라야 등반용’”이라는 얘기가 떠돌겠는가.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아웃도어 고급품 풀 장착 시 가격’은 417만 원이다. 이쯤 되면 등산도 부자들이나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다. 짚신에서 고무신, 그리고 이른바 ‘지까다비’를 거쳐온 우리에게 수십만 원짜리 고어텍스 등산화.. 2020. 7. 28.
부석사에서 만난 ‘진국의 가을’ 아이들 체험활동에 묻어 간 부석사 부석사를 다녀왔다. 근 4년 만이다. 예천에 살 때는 일 년에도 서너 차례 넘게 다니던 곳이다. 멀리서 온 벗이나 친지, 제자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서였다. 안동으로 옮아오고 나서는 발길이 뜸해졌다. 바쁘게 산 탓일까.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2007년 5월이었다. 아이들 ‘체험활동’에 묻어간 부석사 10월 마지막 토요일(10월 29일) 1학년 아이들의 체험활동이 부석사와 소수서원 일원에서 펼쳐졌다. 1학년을 전담하고 있던 나는 이 활동에 무임승차(?)했다. 10월도 깊었겠다, 나는 부석사의 가을을 좀 진국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8시께 출발한 전세버스는 9시가 조금 넘어 부석사 주차장에 닿았다. 차에서 내리는데 아뿔싸,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오후에나 비 소식이 있겠.. 2019. 11. 8.
지친 마음 어루만져주듯... 반짝이던 황매산 ‘억새 물결’ 억새군락지 아래까지 차로 오를 수 있는 합천 황매산을 찾다 ‘억새’라 하면 우리 가족은 저마다 할 말이 많다. 그건 2013년 11월 초, 아무 준비도 없이 오른 영남 알프스 간월재의 ‘억새 하늘길’에서부터 비롯한다. 한 시간이면 닿는다 싶어, 동네 뒷산에 가는 모양새로 어정어정 오르다가 된통 욕을 본 곳이 간월재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1박2일’도 반한 한국의 알프스? 가보면 누구든 반한다) 그러나 고생한 보람도 그윽하였다. 지금도 딸애는 간월재 허리를 치닫는 억새 하늘길의 감동을 되뇌곤 할 정도니까 말이다. 이듬해에도 우리는 다시 억새를 찾아 나섰다. 비교적 가까운 경주의 무장봉 억새군락지를 올랐는데 철이 조금 일렀다. 은빛 억새 물결을 만나지 못한 대신, 우리는 넉넉하게 챙겨간 음식을 즐길.. 2018.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