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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삼국유사5

정월 대보름, ‘액은 보내고 복은 부른다’ 정월 대보름의 ‘세시 풍속’ 정월 대보름이다. 시절이 예전 같지 않으니 세상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대보름은 고작 시장에서 절식(節食) 마련을 위한 ‘반짝 수요’로나 기억될까. 그러나 내 어릴 적에 정월 대보름은 설날에 못지않은 절일(節日)이었다. 한자어로 ‘상원(上元)’이라고도 하는 대보름은 백중(7.15.), 한가위와 함께 보름을 모태로 한 세시풍속일이다. 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 농경사회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차고 이지러지길 거듭하는 달의 변화에서 꽉 찬 만월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음양 사상에 따르면 달은 ‘음(陰)’, 즉 여성으로 인격화된다. 따라서 달의 상징구조는 달-여신-대지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의 생산력의 상징인 것이다. 태곳적 풍속으론 대보름을 .. 2024. 2. 23.
일연의 인각사, 혹은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가을 나들이 ②] 군위 인각사(麟角寺) 아미산 가는 길에 애당초 내 여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인각사에 들른 것은 아쉬움 때문이다. 군위군이 브랜드 슬로건으로 선정할 만큼 일연과 , 그리고 인각사는 지역의 풍부한 문화 콘텐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내 기억 속의 인각사는 한적한 시골, 초라한 전각 몇 채가 쓸쓸하게 서 있던 20여 년 전의 풍경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일연이 를 편찬한 절집이라고 해서 인각사가 규모를 갖춘 사찰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나는 거기서 일연의 시대를 떠올릴 단서라도 하나 찾아보고 싶었다. 아직도 인각사 대신 ‘인각사지’인 까닭 인각사는 고로면 화북리 화산(華山)의 북쪽 기슭 강가 퇴적 지대에 자리 잡은 절이다. 등에 의하면, 인각사 북쪽에 있는 높은 절벽에 전설상의 동물인.. 2020. 11. 11.
경북 군위에도 ‘작은 공룡능선’이 있다 [가을 나들이 ①] 경북 군위군 고로면 아미산(峨嵋山) 지난 7일은 입동(立冬)이었다.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에 미루었던 나들이를 이날 나선 것은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을 것처럼 날이 맑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부터 간다 간다 하다가 끝내 이루지 못했던 아미산을 드디어 찾았다. 경북 군위읍에 사는 벗의 경차를 타고 고로면 석산리로 향했다. 군위에서만 30여 년째 살고 있는 벗은 익숙하게 꼬불꼬불한 지방도로를 여유롭게 달렸다. 도중에 인각사(麟角寺)와 일연공원을 들렀다가 군위댐(화북댐) 근처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군위(軍威)는 경상북도 한가운데쯤에 있는 조그만 고장이다. 남으론 팔공산과 대구광역시에 닿고, 동으로는 청송군·영천시와, 서로는 구미시와 칠곡군, 북으로는 의성군과 접경하고 있다. .. 2020. 11. 10.
‘은빛 억새 물결?’ 아직은 철이 이르다 [여행] 경주 무장봉 억새군락지 등정기 바야흐로 ‘억새’의 계절이다. 정선의 민둥산을 비롯해 창녕의 화왕산, 이른바 영남 알프스라는 간월재 등 드넓은 억새군락지를 자랑하는 산이 사람들로 붐비는 시절이 된 것이다. 화왕산은 20여 년 전에, 간월재는 지난해에 다녀왔지만, 정선 민둥산은 겨누어 보기만 하다 넘긴 게 몇 해째다. 억새평원은 경주 무장산에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민둥산은 너무 멀다. 포털에서 승용차 길 찾기를 해보면 무려 4시간이 좋이 걸린다고 나오니 겨누기만 하다가 말 수밖에.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앞자리의 동료가 ‘경주 무장산 억새도 괜찮다’고 거들었다. 무장산? 웬 ‘무장(武裝)’? 30여 년 전에 경주 근처에서 몇 해 산 적이 있는데도 낯선 이름이다. 하필 이름이 무장이람, 하고 생각했는데.. 2019. 10. 26.
백장청규(百丈淸規)를 지키는 비구니의 수행처 청도 호거산(虎踞山) 운문사(雲門寺) 기행 운문사는 청도에 있다. 이 진술은 한 마디로 ‘뜬금없다’. 그러나 그 진술은 내게 ‘조계사는 서울에 있다’는 진술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된다.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금방 달려갈 수 있는 두 시간 이내의 거리에, 그것도 같은 경상북도 안에 있다는 전제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 전제 안에는 그런데도 내가 아직 운문사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도 물론 포함된다. 처음 찾은 운문사 정작 가보지 못한 절집인데도 운문사는 내게 ‘비구니 사찰’이라는 이미지로만 떠오른다. ‘구름의 문[운문(雲門)]’이라는 이름이 주는 울림도 예사롭지 않다. 나는 늘 운문사를 생각하면 ‘파르라니 깎은 머리’,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운 ‘두 볼’의 여승들의 수행 정진과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2019.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