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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사진가3

우리도 빚을 지고 있다 -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 이야기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 이야기 (아래 )을 알게 된 건 지난해다. 망설이지 않고 그걸 주문했다. 두어 달 후에 배달된 달력은 지금 내 방 책상 위에 얌전히 걸려 있다. 이 벽걸이 달력은 크기도 모양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스무 명 가까운 사진가들이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모두 20장짜리 달력이다. 각 달의 달력 위에는 두 장의 사진이 붙어 있다. 물론 눈에 확 들어오는 미모의 여배우도, 경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 사진도 아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이거나 우리 주변의 범상한 풍경이 다다. 아들을 태운 자전거를 타고 눈길을 가는 어머니, 옥상 건조대에 걸린 원색의 빨래들, 크리스마스를 맞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모습들……. 나는 몰랐지만 은 지난해가 네 번째였다. ‘사진 한 장을 얻기 위.. 2021. 9. 17.
카메라, 카메라 (2) 펜탁스에서 펜탁스로, 카메라와 함께한 시간들 처음 사진기를 구경한 건 예닐곱 살 때쯤으로 기억된다. 열한 살 위의 누나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사를 만났다. 그 무렵 카메라는 워낙 귀한 물건이어서 그걸 가지고 다니는 이들은 ‘하이칼라’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사들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때인데 누나와 함께 있었던 사진사는 사진을 찍어주면서 마을을 도는 이른바 ‘영업활동’ 중이었던 것 같다. 사진과의 첫 만남 나는 완강하게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무언가 두려웠던 것 같다. 마을 뒷동산에는 늙은 소나무가 많았다. 나무를 꽤 잘 탔던 나는 솜씨를 뽐내려고 구부정하게 굽은 소나무에 기어올랐다. 그 순간을 사진사는 놓치지 않았고 불의에 사진을 찍힌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사진을 .. 2020. 11. 24.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을 받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 15장짜리 사진 달력을 받다 그저께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달력’(이하 ‘달력’)이 왔다. 지난해와 달리 꽤 포장이 크다. 그렇다. 전체적으로 판형이 커졌다. 스프링으로 묶었던 지난해 달력과는 달리 올 달력은 낱장으로 떼어서 붙일 수 있도록 느슨하게 묶어놓았다. 달력 상단에 구멍이 뚫려 있어 묶인 상태로도, 낱장으로 걸 수도 있게 해 놓았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에서 전자우편으로 그런 사정을 알려왔는데, 오른쪽 사진처럼 간단한 끈으로 묶어 벽에 걸 수 있다고 했다. 달력은 올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에다 내년 열두 달이 묶여 장수로 열다섯 장이다. 크거나 작고, 흑백이거나 칼라로 찍은 사진 속의 피사체를 묶는 열쇳말은 ‘노동’이다. 씨 마늘을 심고 있.. 2020.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