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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사설시조2

『청구영언』의 ‘능청능청 부르는 노래’들 한글박물관 전시회 도상(圖上) 관람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여유로워지자 유독 전시회 소식에 눈길이 자주 머문다. 얼마 전 대구박물관의 특별전시회에 다녀온 것도 그래서다. [관련 글 : ‘고대마을 시지(時至)’, 수천 년 잠에서 깨어나다] 그러나 전시가 이루어지는 곳이 인근 지역이 아니라 서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까운 데는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겠지만 서울까지는 아무래도 ‘천릿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근 김천구미역에서 케이티엑스(KTX)를 타면 1시간 반 뒤에 서울역에 닿는다. 그러나 이 예사롭지 않은 나들이는 그리 간단치 않다. 오가는 찻삯만 십만 원 가까이 드는 이 나들이를 쉽사리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대신에 나는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나 누리집을 드나들며 전시회 ‘맛보기’로 만족한다. 서.. 2020. 5. 14.
“간밤에 자고 간 그놈” 사설시조 몇 수 읽기 뒤늦게 철이 든다고 해야 하나. 이제 내가 가르치는 우리말과 우리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꼼짝없는 ‘늦깎이’인 셈이다. 20년이 넘도록 가르쳐 온 말글이었으나 정작 내가 그것을 마음과 문리(文理)로 깨치게 된 것은 몇 해 전부터인 듯하다. 현대시 몇 편을 가르친다고 열몇 시간을 쓰면서 아는 것 모르는 것 죄다 떠벌리며 거품을 물던 초임 교사 시절을 나는 쓴웃음 없이 떠올릴 수 없다. 그때 내 앞에서 국어 교과서를 폈던, 이제 불혹을 넘긴 중년 부인이 된 제자들을 만나면 나는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때 내가 뭘 알고 있는 것 같았니? 정말 그때 내가 시를 제대로 알고나 있었을까……. 갑갑하고 따분해서 읽지 못하던 고전문학 관련 서적을 눅진하게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변화 .. 2019.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