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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사법살인3

[오늘] 최초의 사법살인, 조봉암 서거 60주기 [역사 공부 ‘오늘’] 1959년 7월 31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죽산 처형되다 1959년 7월 31일 10시 45분, 서대문형무소의 사형집행장으로 ‘머리를 산뜻하게 다듬고 평소에 입고 있던 모시 바지저고리에 흰 고무신을 신은’(박태균, ) 사형수가 도착하였다. 그는 대기하고 있던 집행관과 형무소 간부들 앞으로 태연하게 걸어갔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그는 무심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재심 기각 다음 날, 죽산 처형되다 집행관의 인정신문과 판결문과 재심 기각 사유 낭독 등 의례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에게는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가슴에 붙은 번호는 2310, 본적은 경기도 인천시, 현주소는 서울시 충현동, 나이 61세의 이 사형수가 바로 한국 정치사에서 1세대 진보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죽산(竹山) .. 2023. 7. 31.
‘인혁당’ 묘역에서 ‘통일’을 다시 생각한다 통일운동가 동암 도혁택(1932~2011) 선생의 1 주기 추모제 세상엔 숱한 운동이 존재한다.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눈부시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운동의 목록들을 생각해 보라. 학생운동과 시민운동, 노동운동과 교육운동……. 우리 현대사는 그러한 운동이 빚어낸 승리와 패배, 그 역사적 전개 과정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그 목록 속에서 ‘통일운동’을 찾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여러 운동의 눈부신 성과와 전망 속에 그것은 그 변방에 외롭게 고단한 몸을 가누고 있다. 이 나라 민주주의와 분단 모순을 포괄하는 가장 크고 넓은 담론을 바탕으로 한 통일운동은 그러나 운동의 주류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통일운동은 우리의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 2020. 4. 9.
32년 만의 신원(伸寃), 인혁당 희생자들의 <푸른 혼> 김원일 연작소설 김원일의 소설을 처음 만난 건 고교 졸업 후, 장편 와 어느 문고판 단편집을 통해서다. 그 무렵에는 아직 어렸던지라 ‘분단’을 다루고 있던 그의 장편보다 ‘파라암’과 같은, 매우 정교한 묘사와 탁월한 완성도의 단편들에 매료되었던 듯하다. 한 여인의 파란 많은 삶을 묘사한, ‘썩어가면서 더욱 부드러워지는 살의 마비’라는 표현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1990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마음의 감옥"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삶과 그 진정성’을 성찰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에 감동과 전율을 동시에 느꼈다. 이 소설은 빈민을 위해 살다간 아우의 순교자적 죽음을 계기로 핍박받는 사람들의 정당한 요구에 동참하게 되는, 방관자적 중산층 형의 인식 전환을 다루고 있는 중편이다. 마음의 감옥을 읽으면서 .. 2019.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