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몫1 [2008] 미안하다. 내 고추, 가지야 늦은 봄에 파종하고 나서 ‘척박한 땅’이라고 천대하며 내버려 두었던 땅이다. 자연 임자들의 가꾸고 다독이는 손길은 멀어졌다. 다락같이 오른 기름값도 한몫했다. 밭에 한번 가봐야지 않으려나? 내버려둬. 자라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이지, 뭐. 내외는 번갈아 가며 타박을 했다. 하긴 제대로 줄기도 실해지기 전에 힘겹게 열매를 매단 녀석들이 안쓰럽긴 했다. 빈약한 줄기와 잎 쪽에 새까맣게 붙은 진딧물을 없애려고 농약을 사서 분무기로 뿜어준 게 한 달쯤의 전의 일이다. 고랑에 불붙듯 번지고 있는 바랭이를 뽑느라 진땀을 흘리다 만 게 한 보름쯤 되었다. 바랭이를 뽑으면서 위태롭게 달린 고추 몇 개를 따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텃밭은 서글프기만 했다. 그리고 어제, 좀 느지막하게 밭에 들렀는데 맙소사. 한발 .. 2020. 6.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