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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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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청명(淸明), 난만한 꽃의 향연, ‘한식’도 이어진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4월 5일(2024년은 4월 4일)은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 청명이다. 청명은 보통 한식과 겹치거나(6년에 한 번씩) 하루 전이 되기도 하는데 올해는 다음날(2024년엔 4월 5일)이 한식이다. 속담으로 “청명에 죽으나 한식(寒食)에 죽으나 매일반”이라 한 것은 이를 이르는 말이다. 올 청명은 식목일과 겹친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청명을 기하여 봄 일을 시작한다. 이 무렵에 논밭 둑을 손질하는 가래질을 시작하는 것은 논농사를 짓기 위한 준비다. 다음 절기인 곡우 무렵에는 못자리판도 만들어야 하므로 필요한 일손을 구하는 데 신경을 쓰기도 해야 한다. 음력 삼월은 모춘(暮春), 늦봄이다. 조선 후기의 문인으로 다산 정약.. 2024. 4. 4.
봄, ‘너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꽃과의 만남, 1년 만이지만,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 온 것 같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년 열두 달을 사계절로 나누면, 봄은 3·4·5월, 여름은 6·7·8월, 가을은 9·10·11월, 겨울은 12·1·2월이다. 이 단순한 구분은 일단은 합리적이고, 실제 날씨와도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올 입춘은 지난 2월 4일, 설날 전이었다. 24절기는 태음태양력에 맞춘 것으로, 실제 계절의 추이와 함께 간다. 오래 기다려온 봄꽃, 산수유 설날을 전후하여 날씨가 봄날 같지는 않지만, 사실상 계절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2월 19일이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였고,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은 3월 5일이니 봄은 이제 이미 .. 2024. 2. 29.
아직 멀리 있는 ‘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오늘이 입춘이니 봄은 지척에 와 있다. 예년과 달리 올겨울이 유난히 길다고 느끼는 까닭은 추위가 꽤 오래 이어져서인 듯하다. 하마나 하고 기다리지만, 영하의 수은주 눈금은 오르는 듯하다 다시 꼴깍 주저앉아 버리곤 한다. 게다가 이른바 ‘난방비 폭탄’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더 을씨년스러워졌으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북봉산 아래의 우리 동네는 겨울의 칼바람이 유명하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필로티 구조인 아파트 1층으로 몰아치면 절로 정신이 번쩍 든다. 그건 한여름의 선선함으로 상쇄하기 어려울 만큼 매섭다. 그러나 나는 우리 동네의 겨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난히 추운 동네여서 꽃소식도 좀 늦다. 시내에는 .. 2023. 2. 4.
일흔 앞둔 은퇴자들, 복사꽃밭에서 ‘낮술’을 하다 연분홍 복사꽃 앞에 비친 우리들 쓸쓸한 노년의 초상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오랜만에 ‘동영부인(同令夫人)’한 ‘2장(張) 1박(朴)’이 모였다. 10년도 전에 의성 탑리로 귀촌한 장(張)의 복숭아과수원에서다. 3월 초에 모였을 때, 복사꽃 필 때 ‘도화 아래 일배’ 하자고 한 약속에 따라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내년이면 35년에 이른다. 1989년 전교조 원년 조합원, ‘3장 1박’ 1988년에 우리는 동료 교사로 처음 만나 그해 11월 지역 교사들과 함께 지역 교사협의회를 조직했다. 교협은 이듬해인 1989년 5월에 결성한 교원노동조합으로 전환했고 당시 노태우 정부는 노조 탈퇴를 거부한 교사 1600여 명을 교단에서 쫓아냈다... 2022. 4. 14.
2022년 3월의 꽃망울 *PC에서는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해마다 봄을 맞으러 집을 나선다. 집안에는 보이지 않는 봄이 바깥에는 시나브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파트 화단에는 산수유가, 동네 골목길 곳곳에는 매화와 명자꽃이 핀다. 늦겨울이 따뜻하면 2월부터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지만, 올해는 저온이 이어지면서 3월 초에야 겨우 산수유가 움을 틔웠다. 꽃망울은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로 ‘망울, 몽우리’로 부르기도 한다. 무채색으로 죽어 있던 가지에 도톰하게 망울이 부풀기 시작해서 조금씩 크기를 키워오다가 마침내 풍성한 꽃잎으로 피어나는 과정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3월 7일부터 3월 16일까지 한 열흘간 내가 따라다닌 꽃망울이다. 그게 그거 같을 수 있지만, 들여다보.. 2022. 3. 24.
그래도 봄…, 3월의 학교 풍경 2008학년도의 시작 그래도 봄이다. 어느 날부터 복도와 게시판에 하나둘 동아리 회원 모집 포스터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1년 365일, 책에다 코를 박고 사는 아이들인데도 학년 초에는 1학년 새내기를 회원으로 모셔오느라(?) 용을 쓴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동아리 소개 시간이 따로 있지만, 복도에다 포스터를 붙이고 아는 친구를 통해서 좋은 회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뜨겁기만 하다. 자세한 내용 없이 동아리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동아리는 어차피 동아리 소개 시간에 자세한 걸 다룰 터이니 새내기들에게 이름으로 어필해 보자는 전략을 선택한 듯하다. 좋은 후배를 모시기 위한 각 동아리의 광고 문안(카피)도 현란하다. 이웃의 남자 고등학교들과의 연합활동을 강조하면서 이성에 목말라하는 여학생들의 .. 2022. 3. 14.
봄은 지금 어디쯤 아스라한 봄의 기척, 조짐들 봄은 시방 어디쯤 오고 있는가. 어릴 적에는 그랬다. 출타한 아버지, 어머니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으면 곰방대에 담배를 재며 할머니께서는 늘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니 애비(에미) 어디쯤 오고 있는지 어디 뒤꼭지 한번 긁어 봐라.” 내가 긁는 뒤통수의 위치에 따라 아버지, 어머니의 귀가 시간이 점쳐지곤 했다. # 1. 낙동강 강변 강변 축대에 비스듬히 서 있는 버들개지가 눈을 틔우고 있다. 잿빛의 풍경 속에서 그 연록 빛은 아직 애처롭다. 강변을 지나는, 아직은 매서운 바람 속에도 옅은 온기가 느껴지니 봄이 그리 멀지는 않은 모양이다. # 2. 대구수목원 정월 초이튿날, 아들 녀석 면회 갔다가 들른 대구수목원 분재원에 핀 수양 매화. 꽃이 피면서 수양버들처럼 고개를 숙인.. 2022. 2. 22.
봄을 기다리며 학년말, 봄을 기다리며 내일로 방학 중 보충수업이 끝난다. 방학식 다음 날부터 24일간의 강행군이다. 하루에 다섯 시간. 오전 8시 10분에 시작되는 수업은 오후 1시 10분에 끝난다. 온순해 학교의 방침을 잘 따르는 아이들은 그래도 비교적 성실하게 학교에 나왔다. 양말을 껴 신게 한 추위 올겨울 추위는 정말 매웠다. 기온이 영상인 날이 며칠 되지 않았고 눈도 여러 번 내렸다. 최신식의 시스템 난방장치가 가동되었지만, 교실은 추웠다. 이미 5, 6년이 넘은 낡은 시설이어서 난방장치가 제 기능을 잃었는가. 따뜻한 바람이 나와야 하는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바람 앞에서 아이들은 어깨를 잔뜩 웅크리곤 했다. 추운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교무실도 썰렁하긴 매일반이다. 나는 그간 빼놓지 않고 내복을 입었고, 아침.. 2022. 1. 22.
스마트폰으로 담은 산길의 봄 “사진은 비록 똑딱일지언정 전용 사진기로 찍어야 한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온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아마추어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내가 줄곧 외쳐온 구호다. 똑딱이에서 시작해서 이른바 디에스엘알(DSLR) 중급기를 만지고 있는 지금까지 나는 ‘좋은 사진’(‘마음에 드는 사진’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을 위해서 길을 떠날 때 카메라를 지녀야 하는 성가심과 고역을 감수해 온 것이다. 2G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쓰는 지금까지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이었다. 부득이할 때에 보조 촬영의 기능으로만 그걸 써 왔다는 얘기다.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기 어려운 장례식에서나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만 부득이 휴대전.. 2021. 4. 6.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산동네의 봄 안동 태화동 산동네에 닿은 봄 안동시 태화동 ‘말구리길’은 안동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오는 곳이다. 물론 그것은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다. 몇 해 전, 말구리재에 이어진 야산을 거닐다가 그해 처음으로 생강나무꽃과 매화를 만난 곳이 말구리길이기 때문이다. 말구리길은 태화동에서 송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말구리재’ 이쪽의 야산 아랫동네를 일컫는다. 말구리길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지번 위주의 주소체계를 도로이름과 건물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는 새로운 주소체계를 따라 붙인 이름이다. ‘말구리’라는 지명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다른 데는 어떤지 모르지만 태화동 말구리는 ‘말이 굴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말’에 ‘구르다’는 동사의 어간(‘구르-’)에 명사를 만들어주는 접사 ‘-이’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 2021. 4. 5.
숨어 있는 봄 일요일의 늦은 오후, 네 시가 넘어서 사진기를 들고 봄을 찾아 나섰다. 최남선이 수필 ‘심춘순례(尋春巡禮)’에서 쓴 표현을 빌리면 ‘심춘’이다. ‘심춘’은 일간지 ‘심인(尋人)’ 광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찾을 심(尋)’ 자를 썼으니 직역하면 ‘봄 찾기’다. 최남선의 수필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국토를 돈 기록이니 ‘순례’가 제격이지만, 동네 뒷산으로 꽃소식을 찾아 나선 길을 ‘봄 찾기’라 쓰는 것은 좀 무겁기는 하다. 그러나 봄이 와도 한참 전에 와 있어야 할 시절인데 유난히 늦은 꽃소식에 좀이 쑤셔 집을 나섰으니 ‘봄 찾기’가 지나치지는 않겠다. 인근 대구에는 개나리가 만개했다는데 안동의 봄은 여전히 을씨년스럽다. 기온도 기온이려니와 사방의 빛깔은 아직도 우중충한 잿빛이다. 반짝하는 봄기운에 서둘러 피기.. 2021. 3. 28.
봄, 혹은 희망 낙동강변에 당도한 봄, 그리고 희망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진술은 조금은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이미 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와 있으니 말이다. 겨우내 썰렁했던 아파트 담장 위에, 드러난 살갗을 간질이며 매끄럽게 휘돌아 지나가는 바람의 속살에, 숙취로 어지러운 아침 식탁에, 골목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이미 봄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들른 조각공원에서 찍어 온 강변 풍경을 실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자면, 그 풍경 속을 스쳐 간 실바람, 미루나무 그늘에 쌓이던 햇볕의 온기까지 뚜렷하게 느껴진다. 넘치는 햇빛 때문에 아련한 푸른빛 기운과 함께 시나브로 다가오는 건너편 산, 잘디잘게 떨고 있는 비췻빛 물결 등이 어울려 연출하는 이 풍경은 이미 봄이 우리 가슴속까지 와.. 2021.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