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병산서원3

이야기 따라 가을 따라 가본 선비 집과 절집 경북의 서원과 산사 가을 풍경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려면 날이 차가워져야 한다고 했던가. 정직하게 돌아온 가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 무심한 일상에서 가을은 밤낮의 일교차로, 한밤과 이른 아침에 드러난 살갗에 돋아오는 소름 따위의 촉각으로 온다. 그러나 집을 나서면 가을은 촉각보다 따뜻한 유채색의 빛깔로, 그 부시고 황홀한 시각으로 다가온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 길을 나선다. 대저 모든 ‘떠남’에는 ‘단출’이 미덕이다. 가벼운 옷차림 위 어깨에 멘 사진기 가방만이 묵직하다. 시가지를 빠져나올 때 아내는 김밥 다섯 줄과 생수 한 병을 산다. 짧은 시간 긴 여정에 끼니를 챙기는 건 시간의 낭비일 뿐 아니라 포식은 가끔 아름다운 풍경마저 심드렁하게 만든다. 오늘의 여정은 영주 순흥, .. 2019. 11. 7.
물돌이동[하회(河回)] 주변을 거닐다 화천서원과 겸암정사 - 류운룡의 자취를 더듬으며 병산서원에서 나오던 길을 곧장 풍천으로 향했다. 부용대 아래 겸암정사에 들르고 싶어서였다. 화천서원(花川書院)을 거쳐 화산 부용대 너머 겸암정사로 가는 길을 택했다. 병산서원이 서애 류성룡(1542~1607)을 모신 서원이라면, 풍천면 광덕리(하회마을 건너편 마을)에는 서애의 형님인 겸암(謙菴) 류운룡(1539∼1601)을 배향한 화천서원이 있다. 1786년(정종 10)에 류운룡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이 서원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8년(고종 5)에 훼철되었다. 병산서원이 서원철폐령으로 살아남은 47개의 서원 중 하나라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훼철 이후 강당과 주소만 남았다가 100여 년간 서당으로 이어져 오던 이 서원은 1.. 2019. 7. 25.
아아, 만대루(晩對樓), 만대루여 병산서원 만대루의 추억 6·2 지방선거 날, 병산을 다녀왔다. 굳이 ‘병산서원’이라고 하지 않고 ‘병산’이라고 한 까닭은 그곳이 우리의 목적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서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기서 아내와 함께 하회마을 길을 탔다. 병산에서 강변과 산을 타고 하회마을로 가는 이 길은 십 리 남짓. 우리는 애당초 길을 되짚어 올 생각이었다. 하회에 닿았을 때 우리는 더위와 허기에 지쳐 있었고 이미 시간도 정오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아무 준비 없이 길을 나섰다는 사실을 뉘우치면서 우리는 마을 앞 장터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부득이 딸애를 불러 우리는 병산으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서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후의 햇볕이 따가웠고 나는 만대루에서 잠깐 쉬어 가자고 했다. 우리는 음료수 .. 2019.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