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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별들의 고향3

소설가 최인호를 보내며 최인호(1945∼2013. 9. 25.) 소설가 최인호 씨가 세상을 떠났다 한다. 조금 전 새벽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들여다본 스마트폰 뉴스를 통해서였다. 아내에게 그의 부음을 일러 주었더니 어젯밤에 진작 들었다는 무심한 답이 돌아왔다. 벌써 그렇게 된 거야? 한 70 되었을걸, 하고 대답하다가 그가 1945년생, 해방둥이, 우리 작은누나와 동갑이란 사실을 기억해 냈다. 1970년대 초반 고등학교에서 문예 동아리 활동으로 공연히 바쁘고 심각할 때다.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 (1967)와 꽤 반향을 일으켰던 ‘당선 소감’을 읽으면서 우리는 문학에 입문했다. ‘아이가 태어났다. 어머니는 ,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성장에 별 관심이 없다. 아이가 제대로 자라면 고마워할 뿐…….’ 이라는 요지의 수상 소감을 우리는.. 2020. 9. 25.
VOD로 만나는 ‘꽃보다 할배’들의 젊은 시절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만나는 원로 배우들의 전성기 문학 교과서에서 ‘삼포 가는 길’을 가르칠 차례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생략된 원문을 인쇄해 나눠주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영화 (1975)의 자료 사진을 찾아 나섰다. 30년이 훌쩍 지난 탓인지 마땅한 자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우 몇 장의 스틸컷과 아랫부분이 잘린 포스터를 갈무리할 수 있었다. 주초에 두 개 반은 그거로 수업을 했다. 스틸컷에 나온 낯익은 배우들은 아이들에겐 낯설기 짝이 없다. 그나마 주인공 영달 역의 ‘백일섭’은 안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머리를 갸우뚱한다. 분명 칼라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스틸컷은 흑백밖에 남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어저께 기사를 통해 한국영상자료원(http://www.koreafilm.o.. 2020. 9. 14.
노래여, 그 쓸쓸한 세월의 초상이여 유년 시절에 만난 대중가요, 그리고 세월 초등학교 6년을 유년기(幼年期)로 본다면, 나는 가끔 내 유년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의 시기가 아니었나 하고 의심하곤 한다. 무슨 턱도 없는 망발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소리’를 ‘음성’이 아니라 일정한 가락을 갖춘 ‘음향’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매미 소리와 택택이 방앗간 소음의 유년 앞뒤도 헛갈리는 기억의 오래된 켜를 헤집고 들어가면 만나는 최초의 소리는 매미 소리다. 초등시절, 여름 한낮의 무료를 견딜 수 없어 나는 땡볕 속을 느릿느릿 걸어 집 근처의 학교 운동장을 찾곤 했다. 지금도 혼자서 외로이 교문을 들어서는 내 모습이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떠오른다. 거기, 오래된 단층 슬라브 교사, 운동장 곳곳에 자라고 있는 잡초들, 그리고 탱자나.. 2019.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