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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변호인3

‘안녕 대자보’에서 영화 <변호인>까지 1. ‘안녕’을 물어온 대자보 한 대학생의 글이 대학과 2013년의 한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반향은 적지 않다. 그것은 살기 바빠서든,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냐고 냉소해 왔든 일신의 안녕만 돌아본 우리 자신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다.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만 뇌며 세상을 짐짓 외면하고 살아온 젊은이들과 소시민에게 예의 대자보는 정말 안녕하시냐고 물었다. 그 물음은 또 한편으로 젊은이들이 겪고 있으면서도 잊고 있었던 좌절과 고통, 분노를 환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1960년대에 김수영 시인은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부정한 권력과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자기반성을 통렬하게 노래한 바 있다. 그것은 한편으론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의식에 대한 고발이기도 했다. 그는 ‘왕궁’과 ‘왕궁의 음.. 2020. 12. 25.
<카트>, 공감 이후 영화 의 공감과 연대 서로 다른 계급, 계층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류 계급의 삶과 그 양식에 대해서는 알 만큼은 안다. 자신의 삶과는 무관할뿐더러 허상에 그치긴 하지만 그걸 마치 손바닥 들여다보듯 아는 것은 텔레비전 화면에서 날마다 그들의 삶을 시시콜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류계층이 허상이나마 상류 계급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부자들의 이해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다. 가난한 이들에겐 부자들의 삶이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 역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 짝꿍이었던 부잣집 아들로부터 ‘돈이 왜 없느냐’는 반문을 받고 말문을 잃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런 상황은 서양에서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흔히 인용되는 마리 앙투.. 2020. 1. 6.
배우의 힘, 최민식의 <파이란> 송해성 감독의 (2001) 한국 영화의 질주가 심상찮다.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일천만을 넘긴 영화가 줄을 잇는 등의 외부적 지표는 가히 ‘전성시대’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여전히 열악한 시스템이나 빈부의 양극화, 좋은 영화가 상영관을 잡지 못하는 문제 따위를 일단 접어둔다면 말이다. 영화의 힘, ‘배우’의 힘 설날 연휴에 모인 아이들과 영화 이야기를 꽤 오래 나누었다. 제 나름대로는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탐탁한 부분도 있어 아이들과는 가끔씩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곤 한다. 한국 영화의 성공 요인을 거론하다가 배우의 연기 이야기가 나왔다. 모두가 본 최신 영화는 단연 이었다. - 송강호는 역시 걸출한 연기자던데요. - 그렇데. 그가 대단한 배우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에서 연기는 압권.. 2018. 12. 20.